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결국 무산됐다. 전체회의 직전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취소하면서, 민주당은 이를 '무책임한 정치공작'이라 규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대북관·안보관에 여전히 의문이 크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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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하는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5.6.19 ondol@yna.co.kr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20일 결국 무산됐다.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예정되어 있던 전체회의를 개의 직전 취소했다. 이 회의는 전날 진행된 이종석 후보자 청문회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가 예고 없이 취소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정보위원들은 "청문회 직후 여야가 보고서 채택에 합의했으나, 국민의힘이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첫 인사검증부터 합의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국민의힘 정보위원장과 원내지도부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이번 사안이 보고서 채택을 지연시키려는 ‘발목잡기 정치’라 규정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저버린 정치공작"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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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의 대북·안보 관련 인사청문회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뒤쪽 가운데)의 대북·안보 관련 질의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되는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고 있다. 2025.6.19 kjhpress@yna.co.kr

국민의힘 측 입장은 정반대다. 정보위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보고서 채택은 시기상조"라며 "전날 청문회에서 드러난 이종석 후보자의 대북관과 안보관에 대해 여전히 상당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정원장은 국가 안보를 총괄하는 중대한 직위로, 이 후보자가 그에 적합한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그는 정부와 민주당의 대응 태도도 문제 삼았다.

이번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은 단순한 인사절차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사안을 법제사법위원장 교체 등 원내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와 연동시켜 이종석 후보자 임명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결국 여야의 강경 대립 속에서 인사청문보고서는 표류하게 되었고, 국가정보원장이라는 핵심 보안 기관의 수장 인선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여야 모두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며 갈등을 키우는 가운데, 청문회 제도의 실효성과 정쟁 도구화 문제는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인사 검증을 둘러싼 정치의 장기화는 국가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속히 공정하고 책임 있는 해결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