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첫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외교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는 실용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며 일본과의 협력 확대를 강조했고, 과거사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국익 우선’ 기조를 확실히 했다. 셔틀외교 재개 의지를 밝히며 한일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한미일 공조 복원이라는 전략적 외교 방향성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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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이시바 일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캐내내스키스[캐나다]=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6.18 hihong@yna.co.kr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 간 첫 대면으로, 약 30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를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라고 표현하며, 통상환경 악화와 지정학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개최된 회담은, 향후 보다 성숙하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로의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는 회담에 앞서 보낸 영상 축사에서도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은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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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한일 정상회담 (캐내내스키스[캐나다]=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5.6.18 hihong@yna.co.kr

이시바 총리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 메시지를 직접 언급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메시지였다”고 화답했고, 양국은 셔틀외교 복원을 위한 실무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9일 첫 정상 통화에서 확인된 ‘성숙한 관계’를 실질적 행동으로 옮긴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는 철저히 배제했으며, “작은 차이와 의견의 다름을 넘어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하자”고 언급해 실용외교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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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이시바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캐내내스키스[캐나다]=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6.18 hihong@yna.co.kr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원칙적 대응과 실용적 협력’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언급해왔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사실상 협력 기조만을 부각시키며 과거사 문제를 회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징용 피해자 문제 등 일본과의 역사갈등은 언제든 재부상할 수 있는 잠재적 뇌관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협력 우선’ 접근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향후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일 공조에 대한 메시지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정상 통화와 회담 모두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자신이 강조해온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두 축의 외교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이로 인해 야당 시절 전임 정부를 향해 일본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고 비판했던 입장과의 괴리를 해소하고, 미국 내 우려를 일부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그의 긴급 귀국으로 무산됐다. 대통령실은 가장 근접한 계기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의가 양 정상의 첫 대면 기회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칠 경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미국을 직접 방문해야 첫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방위비 분담, 통상 협상 시한(7월 8일) 등의 민감한 현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최대 외교 과제로 부상한 상태다. 이 대통령이 일본과의 외교에서 보여준 실용주의 접근이 한미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국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셔틀외교 복원’과 ‘공조 강화’라는 외형적 성과를 남겼지만, 과거사를 회피한 채 국익 논리로 밀어붙인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은 향후 역사 문제와 충돌할 소지를 안고 있다. 실용외교가 일시적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외교정책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 대통령의 외교 균형감각과 위기관리 역량이 근본적으로 시험받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