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전투표에서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가 신고하자, 선관위는 자작극을 의심해 수사의뢰했지만, 경찰은 단순한 투표사무원의 실수로 결론 내렸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의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당시 여러 방해 시도가 있었던 만큼 신속한 수사 요청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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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30일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 경기 용인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유권자 A씨는 회송용 봉투 안에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에 A씨는 해당 사실을 바로 신고했고, 이 사건은 곧 전국적 주목을 받게 됐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A씨의 행위를 자작극으로 의심하며 수사 의뢰했고, 투표소의 질서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공표했다. 이는 유권자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는 달랐다. 수지경찰서 수사 결과, 이 사건은 투표사무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보다 앞서 투표한 B씨가 회송용 봉투를 2개 받은 후, 한 봉투에 기표한 용지를 넣고 이를 반납했으며, 나머지 빈 봉투는 그대로 투표함에 넣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이후 투표사무원은 반납된 봉투를 잘못 인식해 A씨에게 건넸고, 이로 인해 A씨는 투표 전부터 이미 기표된 용지가 담긴 봉투를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18일 공식 입장을 통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의심했던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해명을 덧붙이며, 사전투표 기간 동안 일부 단체로부터 지속적으로 부정선거 주장이 제기돼 투표소 질서를 어지럽히려는 시도가 많았던 점을 들어, 당시로서는 신속한 수사의뢰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는 사무원의 실수와 선거인의 착오가 맞물려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선거 관리기관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기도 전에 자작극 프레임을 씌운 셈이 되었고, 이는 선관위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립성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단편적인 정황만으로 유권자를 의심한 것은 중대한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프닝 이상의 파장을 일으킨다. 선관위의 해명과 유감 표명은 늦은 감이 있으며, 유권자의 권리 보호와 동시에 선거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선거는 절차와 투명성이 생명이며, 이 같은 실수나 과잉 대응은 국민의 불신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관위는 더욱 철저한 사전 교육과 시스템 정비를 통해 유사 사태 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