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2025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며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재산 현황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웹사이트를 통해 비기밀 보고서가 공개된다. 중국 공산당의 도덕성과 체제 정당성을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다.
(이미지=라임저널) 미국 국방수권법 폭탄 투하…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 재산 공개, 체제 정당성 정면 타격한다
미국 연방하원은 12월 11일 하원·상원 타협안 형태의 2025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고 최종 법안을 공개했다. 이번 법안이 중국을 충격에 빠뜨린 핵심 이유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재산 현황 보고서를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작성해 공개하도록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 압박을 넘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부패 문제를 국제사회에 직접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정보국장은 법안 발효 후 1년 이내에 국무장관과 국방장관과 협의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재산 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해당 보고서는 국가정보국(DNI)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비기밀 형태로 공개되며, 동시에 상원과 하원의 정보위원회 및 외교위원회에 제출된다. 다만 의회 제출용 보고서에는 필요에 따라 기밀 부속 문서를 첨부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서에는 중국 공산당 총서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중앙정치국 전체 위원들의 개인 재산과 금융 자산, 상업적 이익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다. 이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보유하거나 통제하는 실체와 금융 자산에 대한 증거도 명시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중국 본토뿐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부동산 보유 현황, 고가치 개인 자산, 상업 지분, 투자 내역, 금융 계좌 등이 포함된다.
특히 재산과 자산의 실제 소유권을 은폐하기 위해 활용된 금융 대리인, 사업 파트너, 관련 실체를 식별하도록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국가정보국장실이 2025년 3월 발표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재산 및 부패 활동 보고서에 언급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보 출처와 수집 방법 보호를 전제로 가능한 한 비공개 정보도 포함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단순한 신규 조치가 아니라 기존에 제기돼 온 중국 지도부 부패 의혹을 제도적으로 재확인하는 성격을 가진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미 과거 보고서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중국 최고위 지도자들이 친인척을 이용해 거액의 재산을 은닉해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시진핑 주석 일가가 기업 투자, 희토류 광산 지분, 기술 기업 지분 등을 통해 수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정황이 제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역시 과거 조사에서 중국 최고 권력층 인사들과 그 친인척들이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빼돌린 사실을 폭로했다. 이 조사에서는 전현직 중국 국가주석과 총리, 최고 지도부 인사들의 가족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지에 설립된 유령 회사의 대주주로 확인됐다. 관련 인사 수는 수십 명에 달했으며, 은닉 자금 규모는 최소 1조 달러에서 최대 4조 달러로 추산됐다.
미국 비영리 조사단체 글로벌 파이낸셜 인테그리티(GFI)는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중국에서 해외로 불법 유출된 자금이 약 1조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외국인 직접투자(FDI) 형태로 다시 중국에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ICIJ는 중국 본토와 홍콩을 포함한 중국계 유령 회사 수가 3만8천 개를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국방수권법은 이러한 기존 조사와 폭로를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 보고서로 격상시키는 조치다. 과거 블룸버그(Bloomberg)나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등 언론 보도가 제기한 의혹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 정보당국과 의회가 직접 작성하고 공개하는 문서라는 점에서 파급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연방상원은 이번 주 중 국방수권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후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안은 발효된다. 법안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미중 관계는 외교적 긴장을 넘어 체제와 정당성을 둘러싼 정면 충돌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공산당이 내세워 온 반부패 기조와 도덕적 정당성이 국제사회에서 근본적으로 도전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국방수권법은 군사·안보 법안을 넘어 중국 공산당 체제의 핵심을 겨냥한 정치적·정보전 성격을 띤 조치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 지도부의 부패 실태를 공개할 경우, 이는 중국 내부 여론과 국제사회 인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이 주장해 온 통치 명분과 도덕적 우월성은 심각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자료: The Washington Times, The New York Times, Bloomberg, Reuters, ICIJ, C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