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와 물가 상승이 겹친 올해, 미국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있다. 고가의 메인 요리를 피하고 저렴한 메뉴로 소비를 최소화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팁 부담까지 더해지며 외식 회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X
지난해 5월 뉴욕에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하는 캠페인에 동참한 배우 수전 서랜든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물가 상승과 관세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외식은 유지하되 지출 규모를 줄이는 선택이 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이를 ‘애피타이저 경제’로 규정했다.
외식을 완전히 끊지는 않지만, 메인 요리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애피타이저를 선택하는 소비 패턴이다. 요식업계 공급망 데이터를 분석하는 바이어스 엣지 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메인 요리와 디저트 판매는 정체 또는 감소한 반면 애피타이저 주문은 전년 대비 약 20% 늘었다.
모차렐라 스틱, 피클 칩, 치즈 바이트 등은 할인 행사와 자주 연계된다. 외식비를 줄이려는 소비자의 선택이 집중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 흐름을 소비 양극화를 뜻하는 ‘K자형 경제’의 한 단면으로 해석한다.
실제 외식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9월 기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외식 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체 식품 물가 상승률 3.7%를 웃돌았다. 외식산업협회는 관세와 공급망 차질이 신선식품 가격을 밀어 올렸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팁 문화가 소비 위축을 더욱 자극한다. 최근 미국 식당 결제 시스템에서는 팁 선택이 사실상 의무처럼 작동한다. 과거 10% 수준에서 시작하던 팁 선택지는 이제 18%부터 30%까지 제시되는 경우가 흔하다.
결제 단말기에서 팁을 고르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구조도 늘었다. 팁을 주지 않는 선택 자체가 심리적 부담이 되는 환경이다.
세금과 팁을 합친 실제 지출은 메뉴판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인다. 3인 가족이 20달러대 메뉴를 세 개 주문하면 세금과 최소 18% 팁을 더해 100달러를 넘기는 일이 잦다. 포장 주문에도 팁 선택 단계가 포함돼 부담은 더 커진다.
캘리포니아주처럼 서비스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에서는 팁 구조에 대한 불만도 커진다.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면 소비자가 아닌 업주 부담이 타당하다는 인식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소비자들은 외식을 줄이고 식재료를 구매해 집에서 해결하는 쪽을 택한다. 미국 현지에서도 팁을 둘러싼 갈등이 폭행 사건으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팁 문화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은 누적되고 있다. 단순 서비스 노동을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현실에서, 미국의 팁 중심 외식 구조는 변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외식비 절감이라는 소비자 선택의 이면에는 물가 상승만큼이나 팁 부담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 문화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자료: CNBC, 미국 외식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