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단순한 핵개발 저지가 아닌 정권 제거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를 노린 작전이었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겉으로는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군 지도부 제거와 체제 붕괴를 노린 군사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루이스는 이스라엘 작전명 ‘일어서는 사자’가 팔레비 왕조를 상징하는 옛 이란 국기에서 유래했다며, 이슬람혁명 이전 왕정시대의 회복 의지가 담긴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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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다"며 내부 붕괴 가능성을 시사했고, 실제로 공습 직후 이란 국민에게 반정부 봉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에 미친 물리적 타격은 제한적이었다. 루이스 소장은 이란 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 지하 핵시설은 거의 손상되지 않았고, 우라늄 농축 시설과 원심분리기 수천기는 여전히 안전하게 보관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몇몇 핵과학자를 제거하고 일부 전력망을 교란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핵개발을 지연시켰을 수는 있지만 제거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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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격에 파괴된 이란 나탄즈 핵 시설 위성 사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오히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루이스는 "작전이 실패하고 정권이 유지되면, 이란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마무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지난 15년간 국제사회는 반복적으로 '이란이 몇 개월 안에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이번 도박이 핵무장 의지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습 시점에 대한 정치적 의도도 짙다. 루이스는 가자전쟁 이후 국제적 고립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가 대내외 정치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돌파구로 이란 공습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을 위해 제시한 60일 시한이 종료되자마자 이스라엘이 작전을 감행한 점에 주목하며, 2주만 더 기다렸다면 미국-이란 간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정권 제거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고위험 도박을 감행했지만, 정작 핵시설 파괴는 실패했고 국제 정치적 외교적 후폭풍만 자초한 상황이다. 이란 국민이 이번 공습을 계기로 현 체제에 등을 돌릴 것인지, 아니면 더 단결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개발 동기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전체를 불안정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할 경우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