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이란 시민들 사이에 충격과 분노, 공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은 미국의 공격뿐 아니라 이를 저지하지 못한 자국 정부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동시에 드러냈다. 정부는 피해가 경미하다고 주장하며 여론을 통제하려 하나, 내부에서는 굴욕감과 보복을 둘러싼 분열이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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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반미 시위 (테헤란 AP=연합뉴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다음날인 22일(현지시간) 테헤란 시내에서 열린 반미 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2025.06.23

이란 국민들이 미국의 핵시설 공습이라는 정면 타격 앞에서 극심한 충격에 빠졌다.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반미 시위가 벌어졌고, 시민들은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라며 깊은 절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미국의 개입으로 격화되면서 다시 전쟁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시민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이들이 느끼는 공포, 분노, 무력감을 집중 조명했다.

북부 지역으로 피난을 떠난 한 시민은 6~7일 만에 사태가 이 지경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9살 딸에게 전쟁의 공포를 물려줄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귀국하지 못한 다른 시민은 "미국의 핵시설 타격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민간인에게 미칠 피해에 대해 경고했다. 이들은 미국만이 아니라 이 사태를 막지 못한 이란 정부에도 증오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수십 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온 포르도 핵시설이 공격을 허용한 데 대해 "40년간 누적된 증오가 폭발한다"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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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반미 집회 [EPA=연합뉴스]

이러한 불만은 정부가 주장하는 ‘차분한 대응’과는 대조적이다. 이란 정부는 공습 피해가 경미하며 핵시설은 정상 운영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영TV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도로를 주행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내보내며 ‘일상 유지’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란 대통령은 병원과 반미 시위를 연이어 방문하며 침착한 이미지를 부각했으나, 정작 내부 당국자들은 "정부 내부는 패배감과 굴욕감에 빠져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공습 이후 24시간 넘게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이란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불신과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당국자들은 "그는 도대체 어디 있는가"라며 지도부의 무책임한 침묵을 비판했고, 보복 여부와 강도를 둘러싸고도 의견이 엇갈리는 등 정치적 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란 사회는 지금 두 가지 적에 동시에 포위당한 상황이다. 하나는 외부에서 날아든 미국의 미사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부에서 무능과 독재로 버티는 자국 정부다. 이번 공습은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라, 이란 국민의 존엄과 생존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의 공습 이후 하메네이 체제의 균열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