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목욕탕 엘리베이터에서 여탕과 남탕 스티커를 고의로 바꿔 붙인 20대 남성이 여성 이용객의 알몸이 노출되는 피해를 유발한 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피해 여성은 남탕에 잘못 입장하면서 신체 일부가 불특정 남성들에게 그대로 노출됐고, 이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현재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단순 장난이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업무방해 외에 성폭력 관련 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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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장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건은 지난 5월 26일 오후 11시께 발생했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목욕탕에서 A씨는 엘리베이터 내부의 3층 남탕 버튼 스티커와 5층 여탕 버튼 스티커를 고의로 맞바꿔 부착했다. 엘리베이터 이용자들은 층수와 성별을 이 스티커에 의존해 이용하기 때문에, 이 스티커의 변조는 실질적으로 이용자의 판단을 오도하게 만든다. 스티커가 바뀐 사실을 알지 못한 20대 여성 피해자는 남탕에 입장했고, 다른 남성 고객들이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알몸이 그대로 노출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후 피해 여성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 증세를 보이며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며,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건물 내부 CCTV를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경찰은 두 명의 인물을 용의선상에 두고 조사했고, 이 중 실제로 스티커를 바꾼 인물인 A씨를 지난 16일 경찰서에 소환해 조사를 실시했다. A씨는 자진 출석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단순한 장난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한 장난이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피해자의 신체가 다수에게 노출됐고, 정신적 피해가 매우 큰 점을 고려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추가적인 형사책임 부과 여부를 적극 검토 중이다. 현재로서는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된 상태이나, 추후 성적 목적성이 인정될 경우 형량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함께 있던 또 다른 인물의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입건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목욕탕은 사전 안내나 보안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엘리베이터의 층수 정보만으로 입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스템 구조가 범행을 용이하게 만든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누군가가 고의로 정보를 바꾼다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장난’이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신호다. 특히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의 보안 및 시스템 검증, 예방조치 강화가 시급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엄중한 처벌 방침을 천명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도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가해자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