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파월 의장을 강하게 비난하며 해임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그는 금리를 1∼2%로 인하하면 미국은 연간 1조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자율 인하는 경제 전반에 활력을 줄 수 있지만,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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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오른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거친 언사와 함께 해임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그는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사회가 이 완전한 얼간이(moron)를 왜 무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어쩌면 해임에 대해 생각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그 멍청이(numbskull)가 금리를 1∼2%까지 내리면 미국은 연간 1조 달러를 아낄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에게 친절하게, 중립적으로, 때로는 못되게 대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그는 바보 같은 사람이고 트럼프 혐오자일 뿐”이라며 신뢰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인플레이션도 없고, 관세 수입과 공장 건설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금리 인하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금리를 낮추면 여러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우선 대출 이자가 줄어들어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이 완화되고, 이는 소비 증가와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 부동산 시장 역시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활성화되기 쉽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는 저금리가 기업 수익 기대치를 높이고,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1조 달러 절감은 미 정부의 이자 지급 부담 감소와 연계된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 측면도 존재한다. 이자율을 급격히 낮추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관세 정책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어, 연준은 이중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관세 인상은 물가를 올리고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 상황을 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작년 12월 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후, 2025년 들어 4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파월 해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나, 당시 그의 발언은 금융시장에서 ‘트리플 약세’(달러, 주식, 장기채 가격 하락)를 유발하며 혼란을 초래했다. 이후 그는 곧바로 “해임할 뜻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또다시 같은 강도를 보이며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로, 당장 해임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치적 압박 간 갈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통화정책 논쟁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집착과 파월 의장을 향한 개인적 불신, 그리고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 과시라는 다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자율 인하의 순기능만을 강조한 트럼프의 주장은 즉각적인 경기 부양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연준이 고려하는 복합적인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중장기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는 단기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