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충돌이 나흘째로 접어들며 중동 정세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란은 "공격을 받는 동안에는 협상할 수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반격이 완료된 이후에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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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타는 이란 정유시설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의 이 같은 입장은 카타르, 오만 등 중재국에 전달됐으며, 로이터통신은 이를 통해 이란이 협상보다는 군사적 대응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이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으로 이란의 핵 및 군사 시설을 타격한 데 따른 반응으로, 이란은 이후 드론과 미사일로 강력히 보복하고 있다. 이스라엘 또한 이란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을 확대하며 전면전에 가까운 양상을 띠고 있다.

16일에도 이스라엘은 이란 중부의 지대지 미사일 기지를 공습하고 있다고 밝히며 군사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군은 실시간 작전 상황을 공개하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은 공습에 대한 응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어떤 형태의 대화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이란과 미국 간 6차 핵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협상은 전면 취소됐고,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승인했을 가능성을 이유로 더 이상 미국과의 협상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핵 개발 중단과 경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협상에 임했던 과거와 비교할 때, 이번 공습은 이란 측에 배신감과 분노를 안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이란에 "이제 협상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도, "국가들이 먼저 싸워야 할 때도 있다"고 덧붙이며 양국의 무력 충돌을 일정 부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이란의 미사일 보복에 대해 이스라엘의 방어를 지지하고 지원할 뜻도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국지적 충돌을 넘어 중동 전체는 물론 국제사회의 안보와 에너지 시장에까지 충격파를 주고 있다. 이란은 대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이스라엘은 보복의 강도를 높이며 한 치 양보도 없이 정면 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이 이스라엘을 은밀히 지원했다는 의혹이 퍼지며, 향후 미국-이란 관계는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대립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평화적 해법보다는 무력에 의한 해법이 우선시되는 현실은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며, 이란의 완강한 태도는 단기적 해결보다는 장기 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