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유 저장소뿐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까지 공격하면서, 중동을 넘어 전 세계 경제에까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역대 이스라엘 총리들이 피했던 경제 기반 시설 타격이라는 ‘금기’를 깬 이번 결정은 명분 없는 선제 공격으로 해석되며, 이란 국민의 극단화와 장기전 위험까지 우려되고 있다. 에너지 자급국으로 변화한 미국의 외면 속에, 전쟁이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유 저장소뿐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까지 공격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며 중동 정세가 격변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기존의 군사·핵시설을 넘어 이란 경제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천연가스 및 석유 시설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례 없는 조치로 테헤란 북부의 샤란 정유 저장소와 남부의 정유공장을 파괴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를 폭격했다. 이는 단순한 핵 저지 명분을 벗어나 이란의 경제 기반 자체를 붕괴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과거 중동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은 상대국 경제시설, 특히 원유 및 가스전은 건드리지 않았는데, 이는 해당 국가 전체를 전쟁에 몰아넣는 결과를 우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금기가 깨졌다. 역대 이스라엘 총리들이 이런 전략을 피했던 또 다른 이유는 서방 동맹국들의 분노와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미국은 셰일 혁명을 통해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모했고, 이는 이스라엘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더 이상 유가 급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수입국이 아니며, 오히려 가격 상승이 셰일 업자들의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미국은 2021년 이후 매년 수백억 달러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해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출 흑자가 폭증했다. 이 같은 에너지 패권 구조 변화가 이스라엘의 대담한 행보를 뒷받침한 셈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심각하다. 이란의 주요 수출 대상국은 중국,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등이며, 아랍에미리트를 통한 ‘상표 위장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의 수출이 막히면 단순히 이란과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원유 및 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란의 천연가스 수출 대상국인 튀르키예, 이라크,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이 대체 공급선을 찾아야 해 가격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크다.

더 큰 우려는 이란의 대응이다. 그동안 불문율처럼 유지됐던 에너지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 자제를 이스라엘이 먼저 깬 만큼, 이란도 보복 대상으로 이스라엘의 가스전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최근 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하며 수출량이 두 배 이상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격받을 경우 세계 천연가스 시장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궁지에 몰린 이란 내 여론도 극단적으로 변할 위험이 크다. 최근 대선에서 낮은 투표율 속에서도 개혁파가 승리했을 만큼 개방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경제 기반이 붕괴되면 온건파는 힘을 잃고 강경파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란 국민 전체를 전사로 만들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며, 중동 질서 전체를 장기적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을 피하려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며, 그가 전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 세계 안정을 위한 조율자로서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한국처럼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이번 사태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에 더욱 민감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부터 미국의 외교적 대응과 중동 전쟁의 향방, 그리고 이란이 핵시설 저지를 넘어서 경제파괴를 저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국제사회의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