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PayPal)이 미국에서 은행 설립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은행업 진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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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PayPal) (사진=연합뉴스)
페이팔은 15일(현지시간) 유타주 금융기관국(DFI)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산업대부회사(ILC) 형태의 은행 설립 신청서를 제출하며 미국 은행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새로 설립될 은행의 명칭은 ‘페이팔 은행(PayPal Bank)’이다.
페이팔이 은행 설립에 나선 핵심 목적은 중소기업 금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페이팔은 2013년 이후 전 세계 42만 개가 넘는 기업에 약 300억달러, 우리 돈으로 44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왔다. 은행 설립이 승인될 경우 기존 금융기관과의 제휴 없이 자체 자금을 조달해 중소기업에 직접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알렉스 크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자본 확보가 성장하려는 중소기업에 여전히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페이팔 은행을 통해 사업 효율을 높이고 미국 전역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성장과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페이팔 은행은 기업 고객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저축 계좌도 운영할 계획이다. 초대 은행장으로는 토요타 파이낸셜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마라 맥닐이 내정됐다.
이번 행보는 핀테크 기업의 은행업 진출에 비교적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최근 서클(Circle), 리플(Ripple), 팍소스(Paxos) 등 가상자산 기업에 은행 설립 예비 승인을 내줬으며, 닛산자동차와 소니(Sony)도 은행 설립을 신청한 상태다.
페이팔은 이미 룩셈부르크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아 유럽 시장에서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은행 라이선스를 확보할 경우 단순 결제 기업을 넘어 대출과 예금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주식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페이팔 주가는 나스닥 정규장에서 전날보다 1.49% 하락한 60.74달러로 마감했지만, 은행 설립 신청 소식이 알려진 이후 애프터마켓에서는 상승세로 전환돼 미 동부시간 오후 6시30분 기준 61.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핀테크 기업의 은행업 진입은 미국 금융 산업의 기존 경계를 허무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결제와 대출, 예금을 모두 아우르려는 페이팔의 확장은 전통 은행권과의 경쟁을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크며, 미국 금융 규제 당국의 최종 판단이 글로벌 핀테크 산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