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이 8조5천억원에 육박했다. 정형외과, 특히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가 지급액 증가를 주도했다. 손해율은 120%를 넘어서며 제도 정상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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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대 손보사 실손보험금 8.5조…도수치료 등 정형외과 1위 (사진=연합뉴스)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 등 5대 대형 손해보험사는 올해 1∼9월 실손보험금으로 8조4천848억원을 지급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1% 늘어난 수치다.
실손보험금은 2021년 이후 연평균 7.6% 증가해 왔지만, 올해 증가 속도는 그보다 더 가팔랐다.
진료과별 지급액은 정형외과가 1조8천906억원으로 전체의 22.3%를 차지했다. 29개 진료과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정형외과 지급액 중 비급여 비율은 70.4%로, 전체 평균인 57.1%를 크게 웃돌았다.
보험업계는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 이용이 집중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실손보험 누수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항목이다.
지급액 상위권에는 내과와 외과 같은 필수 진료과 외에도 비급여 비중이 높은 과들이 다수 포함됐다.
가정의학과는 4천2억원으로 7위에 올랐고, 비급여 비율은 71.0%로 최상위 수준이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2천732억원, 재활의학과는 2천619억원이 지급됐다.
두 과 모두 비급여 비율이 각각 68.8%, 66.3%로 높았다.
이비인후과 지급액은 2천508억원으로 작년보다 20.9% 늘었다.
독감과 감기 치료 과정에서 비급여 주사제가 많이 사용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비뇨의학과는 2천89억원으로 37.6% 급증했다.
전립선 결찰술 등 고가의 신의료기술 이용이 늘어난 결과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 전체 지급보험금 12조9천억원 중 물리치료 관련 비용은 2조2천903억원이었다.
비급여 주사제는 6천525억원으로, 두 항목을 합치면 전체의 약 23%에 달했다.
한방병원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3천582억원으로 16.9% 증가했다.
한방 첩약 급여화와 한방 협진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금 청구가 늘면서 올해 3분기 기준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7%를 기록했다.
보험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10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손해율 악화를 막기 위해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추진 중이다.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보장을 차등화하고,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 부담률을 최대 50%까지 높이는 방안이다.
또 도수치료 등 일부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과잉 이용을 억제하기로 했다.
관리급여는 적정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예비적 건강보험 급여 제도다.
실손보험금 급증은 의료 이용 구조와 보험 제도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비급여 관리 강화 없이는 손해율 악화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개편과 함께 보험료 정상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