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약간의 체중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지지만, 살이 어디에 찌느냐가 건강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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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체중이라도 복부비만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장수연 교수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65∼80세 노인 24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WC)를 기준으로 그룹을 나눠, 2020년까지 약 11년간 암 발생 추이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BMI가 높을수록 오히려 암 발생 위험이 낮았지만, 허리둘레가 클수록 암 위험은 뚜렷하게 증가했다.
BMI가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암 위험이 8∼12% 낮았고, BMI가 한 단위 높아질 때마다 암 위험은 5.4% 줄었다. 반면 허리둘레가 가장 큰 그룹은 가장 작은 그룹보다 암 발생 위험이 14.6% 높았고, 단계가 높아질 때마다 7.2%씩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남성 노인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노인에게 BMI가 높다는 것은 단순한 비만이 아니라 근육량이 유지되고 영양 상태가 양호한 ‘건강한 체형’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허리둘레가 크면 내장지방이 많다는 뜻으로, 내장지방은 염증과 대사 이상을 일으켜 종양 형성을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상 체중(BMI 18.5∼23) 이더라도 허리둘레가 크면 암 위험이 뚜렷이 증가했다. 즉, 겉보기엔 마른 편이라도 복부에 지방이 몰린 ‘숨은 비만형 노인’은 암 고위험군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수연 교수는 “BMI는 근육과 지방 비율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인의 건강 지표로 한계가 있다”며 “정상 체중이라도 복부비만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복혈당이 높거나 음주·흡연 습관이 있는 노인은 체중보다 허리둘레를 건강 지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