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한 에어컨 사용법을 두고 다양한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에어컨의 형태에 따라 사용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버터 에어컨은 짧은 외출 시 계속 켜두는 것이 효율적이며, 정속형 에어컨은 사용 중단이 전력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냉방과 제습 기능의 전력 사용 차이는 실제로 크지 않으며, 선풍기 등 보조기기의 활용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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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얼마나 더우려나'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5월25일 서울시내 한 대형 마트에서 한 시민이 에어컨 및 냉방용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전기요금과의 싸움도 함께 벌이고 있다. 특히 에어컨을 사용하면서 과도한 전력 소모를 피하기 위한 ‘정답’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계속 켜두는 게 전기요금이 덜 나온다”는 주장과 “제습 모드를 쓰면 덜 먹는다”는 팁이 공유되며 실제 고지서 사진까지 인증자료로 제시되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언이 모든 가정에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기온, 습도, 집 구조, 단열 상태 등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가이드는 존재한다. 최근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되는 인버터형 에어컨은 실내 온도가 목표치에 도달하면 압축기 회전 속도를 줄여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인버터형은 짧은 외출이라면 계속 켜두는 것이 오히려 전기요금 절약에 도움이 된다.

실제 삼성전자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인버터 에어컨의 경우 30분간 외출했다가 다시 켰을 때 전력 소모가 연속 사용보다 5% 높았고, 60분 외출은 2% 증가한 반면, 90분 이상 외출했을 때는 에어컨을 껐다가 다시 켜는 것이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역시 단시간 외출 시 희망 온도를 살짝 높였다가 돌아와서 다시 낮추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반면 구형 정속형 에어컨은 구조적으로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 실내 온도가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최대 출력으로 작동하고 이후 꺼졌다가 다시 온도가 오르면 작동을 반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속형은 2시간 단위로 꺼주는 것이 효과적이며, 한국전력도 이와 같은 방식의 사용을 권장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냉방보다 제습 모드를 더 경제적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두 기능의 전력 소비량 차이가 크지 않다. 에어컨 제습 모드도 결국 냉각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확한 면적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선풍기나 에어서큘레이터를 병행해 냉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이 전력 절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어컨 사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에어컨 종류’, ‘외출 시간’, ‘공간 구조’라는 세 가지 변수를 바탕으로 최적의 사용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절전 비법’을 맹신하기보다, 자신이 사용하는 기기의 특성과 생활 패턴에 맞춘 운용이 전기요금을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결국 여름철 에어컨 사용은 단순한 온도 조절을 넘어 에너지 효율 관리의 문제로 귀결된다. 전문가의 실험 결과와 제조사의 가이드를 적극 반영해 자신에게 맞는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전기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