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선택·집중한 트럼프 새 인태전략…韓역할 요구 거세지나
트럼프의 새 국가안보전략 아시아 파트, 中 대만침공 저지 강조
비핵화 목표 포함 북한 언급 빠져…美 對한반도 집중력 유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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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트럼프 행정부가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는 데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선언하며 한국의 역할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제1도련선 방어를 핵심 목표로 제시하면서 한국의 전략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새 국가안보전략은 대만 침공을 막기 위해 미국 군사력이 제1도련선 어디서든 중국을 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게 항만·기지 접근권 확대와 대규모 방위 투자, 집단 방어 역량 강화를 요구했다. 미국 단독 대응은 불가하다고 못 박으며 동맹 기여도를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이번 전략 문서에서 북한 관련 기술이 전면 삭제됐다는 점이다. 과거 핵심 목표였던 ‘북한 비핵화’ 문구도 사라졌고, 북한 위협에 대한 평가조차 포함되지 않아 미국의 한반도 정책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핵우산은 유지하되 대북 방어의 1차적 책임을 한국이 떠안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국방비를 더 크게 늘리고 제1도련선 방어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이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며 제2도련선 접근 거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반복적으로 부각했다. 이는 미국이 대만 방어를 전체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한국으로선 이 같은 변화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내포한다. 미군이 서태평양 주둔을 강화하겠다고 명시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국 군사력 증강이 전작권 전환과 자주국방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강화된 군사 역량을 대중국 견제에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커지며 중국의 외교적 반발과 압박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전략자산 강화를 추진하는 배경에 ‘북한 억제’가 있다고 보지만, 이를 중국 견제에도 연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한국이 원하는 방향과 미국이 기대하는 역할이 어긋나는 ‘동상이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처한 외교·안보 환경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최근 무역 갈등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정상회담을 검토하는 등 관계 재조정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동맹 강화·대중국 견제·한중관계 안정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한편 이번 전략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삭제된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한 정책적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한국 외교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지만, ‘비핵화 달성의 현실적 어려움’이라는 기류가 감지되는 만큼 한국의 외교적 조율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