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멕시코 고지대에서 조별리그를 치르며 체력과 경기력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이동은 수월하지만 해발 1천500m 이상 고도 적응이 최대 변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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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천571m의 고지대에 위치한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 A조에 편성됐다.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PO) 패스D 승자와 같은 조다. 조별리그 세 경기는 모두 멕시코에서 열린다.
1차전과 2차전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이 경기장은 해발 1천571m 고지대에 위치한다. 6월 12일 유럽 PO 패스D 승자와 맞붙고, 6월 19일 멕시코와 격돌한다.
3차전은 6월 25일 몬테레이 BBVA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곳은 해발 약 500m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고도 부담은 덜하다. 문제는 조별리그 초반 두 경기다.
과달라하라의 고도는 대관령의 약 두 배다. 태백산과 비슷하고 설악산 대청봉보다는 약간 낮다. 해발 15m 수준인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비교하면 환경 차이는 극명하다.
고지대에서는 공기 밀도가 낮다. 공에 가해지는 저항이 줄어 패스와 슈팅 속도가 빨라진다. 비거리가 길어지고 궤적도 달라진다. 선수들은 힘 조절과 정확도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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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이인호 박사는 고지대 경기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슛 컨트롤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사례를 들며 제구 난이도가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프리킥과 중거리 슈팅도 변수다. 감아차기처럼 회전을 활용한 킥은 궤적이 평지와 달라진다. 손흥민의 주특기인 감아차기도 예외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미세한 차이가 결과를 가를 수 있다.
체력 부담도 크다. 고지대에서는 산소 농도가 낮아 심박수와 호흡이 빠르게 상승한다. 같은 움직임에도 체력 소모가 커진다. 스프린트와 강한 압박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전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적혈구 수를 늘리는 훈련을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발 1천500m는 준비하면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홍명보 감독도 고지대 대응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멕시코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직접 답사했다. 그는 해발 1천500m 환경에서의 경기력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적 접근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시험대는 상대가 아니라 환경이다. 고지대 적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준비 여부에 따라 조별리그의 흐름과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