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3년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반면 서울은 평균 146.6대 1을 기록하며 지역 간 청약 양극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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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시도별 아파트 청약 경쟁률 (사진=연합뉴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7.2대 1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7.4대 1 이후 3년 만에 한 자릿수로, 청약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흐름을 보여준다.
권역별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수도권 평균 경쟁률은 10.1대 1을 기록한 반면, 지방은 4.5대 1에 그쳤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쟁률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진 셈이다.
부동산R114는 올해 청약 경쟁률이 1대 1에도 미치지 못한 지역이 2곳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달 지역이 없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지역 간 청약 양극화가 한층 심화된 모습이다. 수요가 이른바 ‘알짜 단지’에만 집중되는 선별 청약 경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로의 쏠림 현상은 극단적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46.6대 1로 집계돼 2021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국적인 청약 부진 속에서도 서울만 독주하는 양상이다.
정부가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도 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다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서울 청약 시장은 현금 여력을 갖춘 무주택 실거주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지표는 더욱 악화됐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22만6천719가구로, 지난해보다 약 1만8천 가구 줄었다. 공급 감소가 뚜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분양 시기 역시 하반기에 집중됐다. 상반기 공급 물량은 7만255가구에 그친 반면, 하반기에는 15만6천464가구가 예정돼 전체 물량의 약 69%가 하반기에 몰렸다.
부동산R114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대출 규제 강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상반기에는 규제 기조와 함께 분양을 미루는 단지가 늘었고,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가능성 등 정치 변수까지 겹치며 공급이 하반기에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착공 실적도 부진하다. 올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착공 물량은 16만2천49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감소했다.
착공 물량은 2022년 이후 4년 연속 30만 가구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부족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청약 시장은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왜곡된 구조로 접어들고 있다. 전국 시장은 냉각되는 반면, 서울만 과열되는 흐름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향후 청약 시장의 향방은 규제 환경 변화와 실질적인 주택 공급 회복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