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미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과열 양상을 보였던 주택 시장이 이제는 ‘압류 폭풍(Foreclosure Storm)’이라는 전혀 다른 단어로 불리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애텀(ATTOM)에 따르면, 2025년 3분기까지 미국 내 주택 압류 신청 건수는 10만 건을 넘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이상 급증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차입자들의 재정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미지=라임저널) 미국 부동산 압류 폭풍 현실화…집값 하락의 신호탄인가


전문가들은 이번 압류 급증이 단순한 경기 침체나 고금리만의 결과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팬데믹 당시 시행된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이 종료되며 밀린 원금과 이자 상환이 한꺼번에 돌아온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두 번째는 주택 보험료, 재산세, 관리비 등 주택 유지 비용이 폭등한 점이다. 최근 3년간 미국 전역의 주택 보험료는 평균 30% 이상 상승했으며, 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 재해 위험 지역에서는 연간 1만 달러를 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세 번째는 집값 조정과 고금리의 이중 압박이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깡통 주택(Underwater Mortgage)’이 늘면서 매각을 통한 탈출이 불가능해졌고, 금리 탓에 재융자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플로리다주는 이번 압류 사태의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내 압류율 상위 5개 도시 중 3곳이 플로리다에 몰려 있다. 1위는 레이클랜드로, 주택 470채당 1채 꼴로 압류가 진행되고 있다. 그 뒤를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506채당 1채), 플로리다 케이프코럴(589채당 1채), 오하이오 클리블랜드(595채당 1채), 플로리다 오칼라(665채당 1채)가 잇는다. 플로리다는 잦은 허리케인으로 인한 보험료 급등, HOA(주택관리조합) 비용 증가, 은퇴자 중심의 인구 구조 등 복합적 요인이 압류율을 높이고 있다.

현재 전국 평균 압류율은 주택 1,402채당 1채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전국 평균(54채당 1채)에 비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방향성’이다. 2024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압류 건수가 증가했으며, 만약 고금리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2026년에는 압류율이 25% 이상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위기의 출발점이 금융기관이 아니라 가계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2008년의 구조적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하층에서부터 번지고 있는 ‘조용한 붕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상황을 ‘기회’로 보고 있다. 압류 주택은 일반 거래보다 15~20%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의 압류 주택은 수리되지 않은 상태로 ‘현황 매도(As-Is)’되며, 체납된 세금이나 유치권(Lien)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높다. 매수자는 추가 비용 부담과 법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아직 2008년처럼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누적된 부채 부담, 유지비 폭등, 고금리의 장기화가 겹치면서 ‘주택 소유의 시대’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가계 단위의 압박이 금융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압류 증가는 단순한 조정일 수도, 새로운 위기의 서막일 수도 있다.

자료: ATTOM, Bloomberg, Realtor.com, CNN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