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내년에도 매매와 전세 모두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감소와 금리 인하 기대가 가격을 떠받치는 가운데, 정부의 세제 개편 여부와 금융자산 자금 이동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X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강한 규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수도권과 지방 간 가격 격차도 더욱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강세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부동산 전문 연구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전국 주택 가격은 보합 또는 약세가 예상되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약 2% 내외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유동성이 ‘똘똘한 한 채’ 선호와 결합해 서울 집중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급 감소는 가장 분명한 상승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7만8천 가구에서 내년 21만 가구로 약 24% 감소한다. 서울은 같은 기간 4만2천684가구에서 2만9천88가구로 약 32% 줄어든다. 정부가 추가 공급 대책을 예고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단기적인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거래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10·15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물이 줄고 매수세도 둔화되면서 내년 매매 거래량은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규제 강화로 수요는 눌리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공급 부족이 맞물려 가격 자체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택 유형별로는 소형 아파트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형 주택 선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다. 올해 수도권에서는 소형 아파트의 실거래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는 점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집값이 이미 크게 오른 만큼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일부 지방에서는 가격 격차를 메우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구조적인 수급 격차가 해소되는 수준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전월세 시장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갱신 계약이 늘면서 신규 전월세 물건이 감소했고, 여기에 입주 물량 축소가 겹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전세 물량 부족은 월세 전환을 가속화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대출 규제로 기존 주택 보유자의 갈아타기가 어려워진 점도 전세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년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세제 개편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내년 5월 종료될 경우, 서울과 경기 일부 조정대상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임차인 거주 문제로 매도가 어려운 주택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보유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 역시 초대형 잠재 변수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세제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자산의 부동산 유입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주식과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에서 벌어들인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부동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9월 주식·채권 매각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규모는 약 1조7천억 원으로, 2년 전의 두 배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이 주식·금뿐 아니라 비트코인(Bitcoin) 등 가상자산과의 동조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금융·기타 자산 가치 상승이 어느 정도까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지가 내년 집값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