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며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 급등한 수도권 집값과 6조 원 이상 증가한 가계대출에 대한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경기 부진과 추경 집행, 미국 FOMC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8월 또는 10월 중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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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7.10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5년 하반기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로 동결했다. 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세를 통화당국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다. 최근 몇 달 사이 ‘영끌’ 투자와 주택담보대출 확대 흐름이 겹치며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43% 상승, 6년 9개월 만의 최대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2천억 원이나 증가했고, 전체 금융권에서는 6조5천억 원이 늘어났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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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서울 주요 자치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다섯째주(6월 30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0%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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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달 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단행했다. 이에 한은도 금리 인하를 멈추고 잠시 추세를 지켜보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총재는 앞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성급한 인하는 자산가격만 자극할 수 있다”며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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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금융권 가계대출 증감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원형민 기자 = 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6조5천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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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2%p로 벌어지며 자본유출 우려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줬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는 연 4.25~4.50%로, 한국과의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연준은 이번 달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안에 한 차례 0.25%p 인하 가능성만 열어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도 미국과의 통화정책 보폭을 맞추며 신중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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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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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과 관련해서도 변수는 남아 있다. 약 3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시장에 유입되면 단기적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결과를 지켜본 후 추가 인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성장 하방 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는 유지하되, 물가 흐름과 금융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하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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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주요 기관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잠정치)이 -0.2%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지난 3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주요 기관들도 전망치를 낮추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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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보고 추가 인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NH금융연구소 조영무 소장은 “부동산이나 가계부채보다 내수 위축과 경기침체가 더 위험하다”며 “10월 정도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8월 중 0.25%p 인하를 예상했고, 일부 전문가는 연내 1~2차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 동결은 집값과 가계부채라는 '불'을 끄기 위한 긴급 조치이자, 추후 추가 인하를 위한 숨고르기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경기부양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은행이 다음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