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를 외교·경제 압박 도구로 활용하는 가운데 일본이 지난 15년간 의존도 축소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 ‘중국 없는 공급망 구축’이라는 성과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이미지=라임저널) 중국 희토류 압박 무력화한 일본…15년 준비가 ‘중국 없는 공급망’ 완성했다


일본은 2010년 영유권 갈등 시 중국이 돌연 희토류 수출을 막으며 국가 산업이 마비될 뻔한 경험을 한 뒤 전략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용한 개혁을 진행했다. 당시 충격을 계기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핵심 소재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대체 공급망 구축에 착수했다. 최근 중국이 다시 광범위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일본은 이미 충격을 흡수할 준비를 마친 상태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의 조기 대응이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빨랐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 고바야시 나오키는 희토류 문제의 심각성을 일본은 오래전에 체감했고, 지금 미국과 유럽이 뒤늦게 같은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역시 미국이 안정적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일본의 사례는 그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장기적인지를 보여주는 모델로 평가된다.

문제의 출발점은 2010년 일본과 중국 사이의 해역 분쟁에서 촉발됐다.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선박이 충돌하면서 외교적 갈등이 확대됐고, 일본이 중국 선장을 억류하자 중국은 예고 없이 희토류 수출을 두 달간 중단했다. 해당 소재는 모터용 자석 등 일본 자동차·전자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기반 자원으로, 당시 일본 관료들조차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테라자와 타츠야는 산업 전반이 멈출 수 있다는 경고를 뒤늦게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약 10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설계해 일본 기업들의 공급선 다변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내부에서는 ‘과도한 예산’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더 강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마침 해외 대체 공급원 탐색에 유리한 국면을 맞았다. 그 시기 호주 광산기업 라이너스(Lynas)는 자금난에 직면해 있었고, 중국을 통하지 않고 광물 채굴부터 정제까지 이어지는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계획이 난관에 부딪혀 있었다. 일본 정부 산하 자원안보기구 조그멕(JOGMEC)과 일본 대형 종합상사인 소지쓰는 이를 전략적 기회로 보고 2011년 약 2억5천만 달러 규모의 대출 및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 투자는 일본이 중국 외 지역에서 조달한 희토류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후 일본 공급망 구축의 핵심 기반이 됐다. 현재 라이너스는 서호주 마운트웰드 광산에서 희토류 광석을 채굴하고, 부분 정제물을 말레이시아 콴탄 정제시설로 옮긴 뒤 고순도 금속으로 분리한다. 이 금속들은 다시 일본으로 운송돼 국내 자석 제조업체를 통해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제품에 사용된다.

2025년 기준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2010년 90% 이상에서 최근 60~70% 사이로 크게 떨어졌다. 일본 기업들은 말레이시아 정제시설이 가동을 시작한 이후 수입 품목을 꾸준히 확대하며 기능별 소재 자립도를 높여왔다. 다만 일본이 구축한 체계 역시 비용 부담이 큰 구조로, 말레이시아 정제공정은 방사성 잔류물·산성 폐기물 처리 문제로 환경 규제가 까다롭고 지역사회의 반복된 반발로 수년간 지연을 겪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느슨한 규제와 불법 공장을 활용해 비용을 상당히 낮출 수 있었던 점이 격차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원자재·가공시설 전체를 아우르는 강력한 수출 통제를 도입했다. 비록 미국과의 협정으로 일부 조치가 일시 완화됐지만 다수 국가는 중국 의존도 축소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역시 자국 내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캘리포니아·노스캐롤라이나·텍사스 등을 중심으로 채굴·가공·자석 제조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호주·유럽연합과 공급망 다변화 협정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15년간 경험이 중국의 공급 통제 전략이 결국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한 번 발생한 ‘신뢰 붕괴’는 쉽게 회복되지 않으며, 각국이 대체 공급망 확보를 가속화할수록 중국의 장기적 영향력은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부에서는 오히려 지금이 국제 공급망 협력을 정착시킬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바야시 관료는 여러 나라가 중국산이 아닌 원자재 구매를 늘리기로 합의한다면 규모의 경제가 생겨 장기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채굴부터 자석 제조까지 전 과정 경험을 갖고 있어, 가공시설 유치 의사가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여지도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직 관료 테라자와 타츠야는 이번 협력이 각국의 진정성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단독으로 중국을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의 협정이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현재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치 희토류 비축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준비가 중국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경이며, 일본이 위기 경험을 산업안보 강화의 기회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역시 전략물자 공급망을 장기적으로 점검하고 일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지난 15년은 단순한 공급망 조정이 아니라 국가 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한 구조적 개편이었다. 국제 긴장 국면이 반복되는 가운데 일본이 구축한 모델은 앞으로 글로벌 희토류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 The New York Times, Why Times 국제정세 분석, 일본 경제산업성, 호주 라이너스 자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