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유정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에서 소시오패스 배우 백아진을 표현하기 위해 눈동자까지 계산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외적인 이미지 자체가 캐릭터의 분위기를 전달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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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유정 (사진=연합뉴스)
김유정은 “눈이 큰 편이라 조금만 더 뜨면 흰자가 많이 보여요. 그 점을 활용해 시선이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졸린 듯 반쯤 감긴 눈으로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계산하는 표정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친애하는 X’는 동명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톱배우 백아진이 정상에서 추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유정은 촬영 전에 웹툰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캐릭터의 싸늘한 결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웹툰은 이미지가 멈춰 있어서 백아진의 소시오패스적 성향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영상화할 때 그 분위기를 어떻게 살릴지 고민이 컸습니다.”
그는 심리학 교수들에게 직접 자문도 구하며 캐릭터의 감정 구조를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이 생길까?’ 같은 질문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전문가에게 직접 듣고 정리했죠.”
밝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김유정에게 악역 도전은 큰 변화였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절대 응원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이해하려 하기보단 캐릭터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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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백아진 특유의 직설적 대사를 표현할 때는 묘한 해방감도 느꼈다고 했다. “실제로는 절대 못할 말을 아주 시원하게 하잖아요.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어요.”
어두운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실제로 몸과 마음도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살이 많이 빠지고, 촬영 중엔 감정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진의 상태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느껴 일부러 떨쳐내지 않으려 했죠. 다행히 촬영이 끝나면 선배 배우들과 감독님이 제가 ‘김유정’으로 돌아오도록 많이 도와주셨어요.”
시청자들이 백아진을 욕하는 반응은 오히려 그가 기대하던 바였다.
“‘쟤 왜 저래’ 하는 반응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아진을 응원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양가감정이 드는 인물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가 잘 전달된 것 같아 만족해요.”
‘친애하는 X’는 공개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티빙에 따르면 3주 연속 주말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를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미국 비키, 일본 디즈니+에서 TV쇼 인기 1위, HBO 맥스에서는 대만·홍콩 등 7개국 1위에 올랐다.
김유정은 “티빙이 해외에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라 부담도 컸지만,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며 “이번 작품에서 제가 가진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저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