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언어(多言語)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노화 속도가 느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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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언어 사용과 노년층 노화속도 지연 간 연관성 확인"(사진=연합뉴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아구스틴 이바녜즈(Agustin Ibanez)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11일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럽 27개국 8만6천여 명(평균 연령 66.5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언어 사용이 ‘가속 노화(accelerated ageing)’의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은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가속 노화를 겪을 확률이 약 두 배 높았다. 또한 다언어 사용자의 경우 노화 위험이 단면 분석에서 약 54%, 장기 추적 분석에서도 30% 낮게 나타났다. 이는 나이, 교육 수준, 신체활동, 사회적 요인 등을 고려하더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실제 나이와 건강·생활습관으로 예측한 ‘생체행동적 연령 격차(biobehavioral age gap)’를 측정했다. 예측 나이가 실제보다 많으면 ‘가속노화’, 적으면 ‘지연노화’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인지 기능 유지, 교육 수준, 사회활동 등에서 긍정적 지표를 보였고, 심혈관 질환이나 감각 손상 등 부정적 요인은 낮았다.

연구를 주도한 이바녜즈 교수는 “다언어 사용은 단순히 언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신체의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인지적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기 위한 사회적 전략으로 다언어 사용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다언어 사용이 노화를 직접 늦추는 원인인지, 혹은 사회적 교류나 인지활동 증가와 같은 간접 요인과 결합된 결과인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