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시력 질환은 ‘근시’다. 눈의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히며 먼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으로, 세계 인구 10명 중 3명이 겪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근시 증가세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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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검진 [자료 이미지]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의 시력이상 비율은 1980년대 9%에서 2024년 57%로 6배 이상 급증했다. 교육부 조사에서도 초등 1학년 30.8%, 중1 64.8%, 고1 74.8%로 학년이 높을수록 근시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선 5∼18세 아동의 근시율이 65.4%, 고도근시가 6.9%에 달했다. 서울 지역 19세 남성의 근시율은 70.7%, 고도근시는 20.3%였다. 현재 추세라면 2050년엔 청소년 10명 중 9명이 근시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근시가 단순한 시력 문제가 아니라 시신경과 망막의 구조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근시 환자는 일반인보다 망막박리 위험이 8배, 녹내장은 4.6배, 백내장은 최대 5.5배 높다. 초고도근시의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황반변성이나 시야 결손 위험도 커진다.
근시의 주요 원인은 유전보다 환경과 생활 습관에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와 실외활동 감소가 핵심 요인이다. 서울대병원 김영국 교수팀의 국제 연구에 따르면 하루 디지털 화면 노출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 근시 발병 위험이 21% 증가했다. 반면 하루 1시간 이하 사용에서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즉, 하루 1시간이 눈 건강의 ‘분기점’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근시 예방을 위해 하루 2시간 이상 야외활동을 권장한다. 햇빛은 망막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안구 성장 억제에 도움을 준다. 또한 독서나 태블릿 사용 시 30~35㎝, 컴퓨터는 50㎝ 거리 유지가 필요하며, 45분마다 10분 이상 눈을 쉬게 해야 한다. 밝거나 어두운 조명은 피하고, 균등하게 비추는 조명이 좋다.
운동도 주의가 필요하다. 농구·복싱·번지점프 등 눈에 충격을 주는 운동은 망막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고도근시 환자는 피해야 한다. 대신 걷기·수영·요가 등 눈에 부담이 적은 운동이 바람직하다.
대한안과학회는 6세 이후 매년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근시 관리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근시 아동은 안축장(눈 길이)과 근시 진행 정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비문증(날파리증)이나 광시증(빛 번쩍임)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40세 이상 성인도 망막질환 위험이 높아 정기 안저검사를 권장한다.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감각기관”이라며 “근시는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만이 시력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