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불화 '시왕도' 일부가 일본에서 환수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최초 공개된다. 시왕도는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만나는 열 명의 심판관 ‘시왕(十王)’을 묘사한 불화로,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다섯 번째 염라왕, 여섯 번째 변성왕, 여덟 번째 평등왕을 그린 3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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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공개되는 '시왕도' 왼쪽부터 제5 염라왕, 제6 변성왕, 제8 평등왕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31일 “일본에서 환수한 조선 전기 시왕도를 포함한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8월 1일부터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시왕도는 10폭 완질본 중 일부로, 조선 전기 시왕도 중 10폭이 완전히 확인된 사례는 전 세계에서 단 두 건뿐이다. 현재 또 하나의 완질본은 일본의 한 사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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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환수한 조선 불화 '시왕도'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불교미술의 진수' 고려 사경과 조선 불화의 귀환' 일본 환수 문화재 언론 공개 행사에서 시왕도가 공개되고 있다. 2025.7.8 ryousanta@yna.co.kr
이번에 전시되는 염라왕 그림은 지옥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죄인이 자신의 죄를 거울로 비춰보며 옥졸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주변에 소·닭·오리 등 동물들도 묘사돼 고려시대 이후 한국 시왕도의 전형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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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전시품 왼쪽은 국보 '분청사기 박지연화어문 편병', 오른쪽은 보물 '분청사기 박지태극문 편병' [호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변성왕 그림은 끓는 가마솥의 형벌을 상징하는 ‘확탕지옥’을 배경으로 하지만, 연꽃과 빛이 어우러진 인물이 솟아오르는 장면이 담겨 불교적 교화 의미를 담고 있다. 박물관 측은 “단순히 고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구제 이후의 희망적 모습까지 표현한 불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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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암의 '모견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등왕 그림에서는 죄인의 행위를 기록한 두루마리를 저울에 달아 무게를 재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생전의 죄악을 공정하게 판단하는 저승의 심판 이미지를 생생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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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특별전에서는 시왕도 외에도 국보와 보물급 유물들이 대거 공개된다. 8월 5일부터는 연꽃 봉오리 사이의 물고기 무늬가 특징인 국보 ‘분청사기 박지연화어문 편병’과, 보물 ‘분청사기 박지태극문 편병’ 등 분청사기의 대표 유물 12점이 새롭게 전시된다.
또한 어미 개가 새끼를 돌보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암의 '모견도', 조선 세종의 아들 광평대군의 부인이 간행한 불교 의식서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 등도 함께 공개된다. 해당 불서 역시 보물로 지정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새로운 전시를 기념해 8월 5일부터 10일까지 엿새 동안 특별전을 무료로 개방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협력해 일본에서 돌아온 이 귀중한 유산을 국민과 나누기 위한 취지다.
이번 시왕도 전시는 조선 전기 불화의 희소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조명하는 귀한 기회다. 특히 오랜 세월 일본에 머물던 우리 문화재가 다시 돌아와 국내 전시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시왕도가 지닌 종교적 교훈뿐 아니라 미술사적 가치 역시 재조명받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