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하루인베스트 경영진이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고객 자산 운용 수익 구조와 외부 요인을 들어 사기 의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민사적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8800억원 사기 혐의도 무죄”…하루인베스트 경영진 전원 1심서 벗어났다

하루인베스트 사태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혼란과 분노에 휩싸인 가운데, 법원은 경영진에게 내려진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으로 기소된 하루인베스트 경영진 3명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하고, 자금 횡령 혐의를 받은 최고운영책임자에게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고객들로부터 "원금 보장과 수익 지급"을 약속하며 거액의 가상자산을 모은 뒤, 2023년 6월 출금을 중단해 논란이 됐다. 처음엔 피해 규모가 1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의 피해자 수 조정으로 8805억원으로 확정되었다. 이에 검찰은 이들에게 최대 징역 23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이 회사의 수익 모델이 실재했으며, 적어도 2022년 10월까지는 수익이 고객 지급액을 초과했다고 보았다. 다소 과장된 마케팅이나 고수익을 강조한 점이 있더라도 이를 고객 기망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사업 실패 원인은 하루인베스트가 맡긴 자산의 69%가 투자된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에프티엑스(FTX) 파산이라는 외부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업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구분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운영 자금 상당수가 성장 투자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형사적 책임을 면했다 하더라도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라며, 피해 회복을 위한 피고인들의 성실한 노력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형 카메라가 방청석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8월 한 피해자가 하루인베스트 대표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던 전례 때문이다. 당시 피의자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투자 실패를 넘어 사법적 판단의 신뢰성과 가상자산 산업 내 법적 기준 마련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무죄 판결은 피고인들을 형사적으로는 구했지만, 투자자들의 피해와 불신은 여전히 현실로 남아 있으며, 향후 민사소송의 귀추에 따라 시장의 신뢰 회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