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가능성과 관련해 외환관리 체계와 은행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5월 2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무분별한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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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29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이 총재는 원화로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유통될 경우 외환시장 통제력 약화, 자본 유출입 모니터링 한계, 전통 은행예금의 탈중앙화 등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금융 시스템의 기본 축을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중앙은행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민간발행 코인이 금융시장에서 기능을 가지게 되면, 기존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현재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 중이며, 관련한 거버넌스 및 기술 인프라 구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민간 주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현행 외환거래 법령과 금융감독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자본 이동과 거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경고를 해오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결국 이 총재의 발언은 정부의 디지털화폐 정책 수립 과정에 있어 ‘기술 도입’보다 ‘금융 생태계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외환 보유국으로서의 통제력 유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라는 큰 틀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와 한국은행 간 정책조율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발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개발 논의가 단순한 혁신 기술의 문제가 아닌, 통화주권과 금융안정성에 직결된 핵심 정책 이슈임을 확인시켜준다.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위험요소를 경고하며 디지털화폐 질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