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며 국제유가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공급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 금값도 전쟁 불확실성을 반영해 사상 최고치 근처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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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군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를 전격적으로 공습한 데 이어, 이란도 수백 기의 탄도미사일을 이스라엘에 발사하며 본격적인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전투기 200대를 투입해 이란 중부 나탄즈 지역의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대 등을 타격했고, 이란은 자국의 국영 통신을 통해 "잔혹한 공격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라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현재까지 이란 내 석유 인프라에 직접적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국제 원유시장은 충격을 받고 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7.0% 급등한 배럴당 74.23달러에,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3% 오른 72.98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특히 WTI는 아시아장에서 장중 14%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단일 일간 상승폭 기준으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치다.

이번 유가 급등의 본질적 원인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더불어,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 때문이다. 하루 평균 1천800만~1천900만 배럴의 석유가 이 해협을 통과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석유 수요의 약 20%에 해당한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이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고 있어, 만약 이란이 실제로 이곳을 봉쇄하거나 공격할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은 심각한 충격을 피할 수 없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중동 전역으로 무력충돌이 확산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라두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니코스 차부라스 역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려면 석유 인프라 파괴나 해협 봉쇄 같은 공급 차질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전쟁 위기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자극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3,457달러까지 올라 4월 22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온스당 3,500달러)에 근접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물 자산으로 피난처를 옮기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이번 국제유가 급등과 금값 상승은 단순한 일시적 가격 움직임이 아니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즉각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투자자들은 리스크 분산과 안전자산 비중 확대를 고려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