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관세라는 ‘성과’를 챙기고 있지만, 그 대가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통해 청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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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의 월마트 매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결국 미국 가정이 이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다음 주부터 미국 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키친타월, 세탁세제 등 주요 품목 가격을 ‘한 자릿수 중반대’ 수준으로 올려 관세 부담을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P&G는 이번 발표와 함께 올해 순매출 성장 전망치도 1~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식음료업체 네슬레와 생활용품 기업 킴벌리클라크, 음료업체 펩시코도 상황은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며 대규모 관세 부과를 발표한 4월 2일 이후 이들 기업의 주가는 각각 20%, 11%, 7%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 500지수는 13% 이상 상승한 것과는 극명한 차이다.

소비재 기업들은 가격 인상 외에는 별다른 해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네슬레는 북미 소비자들이 계산대에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스위스 시계·보석 브랜드 스와치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스와치 CEO 닉 하이예크는 “가격을 5% 올렸지만 매출엔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육 펠로 빌 조지는 “월마트, 아마존,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기업들도 결국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글로벌 기업 관세 트래커 자료를 인용해, 올해 주요 기업들이 약 71억~83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수십억 달러의 관세 부담을 자사 내부에서 흡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확보한 재고를 통해 가격 인상을 일시적으로 막아왔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재기 효과’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상공회의소의 앤드루 윌슨 사무차장은 “기업들의 재고가 소진되는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부터는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관세 전가는 빅테크 주도의 주식 시장 호황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고전하는 소비재 기업들이 관세 충격을 소비자에게 넘기기 시작하면서, 미국 내 실질 소비자 부담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