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보좌관 나가시마 아키히사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재점화하지 말고 기존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6일 서울에서 열린 외교 특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외교 접근법에 큰 기대를 나타내며, 양국은 역사와 안보, 경제 등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사이버 범죄 및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을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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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외교협회 홈페이지]
나가시마 보좌관은 서울에서 개최된 한국외교협회 특강에서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한 3대 원칙을 제시하며, 그 핵심으로 ‘과거 합의 존중’을 꼽았다. 그는 단기적인 감정이나 이해득실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 전략 이익을 염두에 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 간 담화나 합의를 기반으로 결코 후퇴하지 말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한일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부각되는 역사 문제를 ‘병목’ 요소로 지목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 접근이 시급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안보 분야에 있어 한일 협력이 지정학적 환경 변화 속에서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일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바탕으로 창설된 ‘한미일 조정사무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와 암호화폐를 통한 불법 자금 조달은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라며 “한미일 3국이 이를 막기 위한 공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디지털 기반 자금 세탁이나 공격적 사이버 활동에 대한 직접적 경고로도 해석된다.
경제와 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도 강조됐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한일 양국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취약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수소·재생에너지·소형원자로·핵융합 기술까지 협력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경제안보에 있어서는 AI, 로보틱스, 바이오, 양자컴퓨팅 등 이중용도 기술을 중심으로 경쟁과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공동 연구개발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희토류 개발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도 유망한 협력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서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기조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내놨다. 그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이 한일 관계에 ‘새로운 균형’을 제시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이번 발언들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본인의 사견임을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양국 관계가 전환점에 놓인 만큼 이 같은 제언은 양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의미 있는 지침이 될 수 있다.
한일관계는 역사 문제와 안보, 경제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향후 어떤 실무적 협력도 장애를 피할 수 없다. 나가시마 보좌관의 발언은 한일 양국 정부가 당장의 감정이나 정치적 계산을 넘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미래 지향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 외교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한일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