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여부를 2주 내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즉각적인 전쟁 발발 우려는 한풀 꺾였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한때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며 안정세를 찾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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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결정을 최대 2주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던 국제 원유 시장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최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대응 관련 결정을 '향후 2주 안'에 내릴 것이라 밝혔으며, 이는 미국이 당장 중동 전면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낮추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 발언 직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물은 한때 배럴당 76달러에 근접했지만, 이후 0.5% 상승한 74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상승폭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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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유가가 폭등하지 않고 조정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즈호 증권의 에너지 선물 부문 책임자인 로버트 야우거는 "오늘이나 내일 공격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단기적 안도감을 주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중동 정세가 여전히 유가를 끌어올릴 위험 요소임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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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2025.6.20 min22@yna.co.kr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이후로 글로벌 원유 시장은 이미 큰 폭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으며, 단기 물량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옵션 거래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에는 약 8달러 수준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만약 미국이 직접 군사 작전에 돌입하게 될 경우 그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셸(Shell)의 CEO 와엘 사완은 도쿄에서 열린 재팬 에너지 서밋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경우 세계 무역에 막대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대비책을 이미 마련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전략적 수로로, 이곳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이란 측이 해당 해협을 봉쇄하려는 조짐은 없지만, 미국석유협회(API) 회장 마이크 서머스는 "이란 정권의 불안정성이 커진 현 상황에서는 누구도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가능성은 낮지만, 모두가 호르무즈 해협에 주목하고 있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의 군사 충돌을 유예한 듯 보이지만, 상황은 여전히 극도로 유동적이며,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에 이란이 응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전쟁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만큼, 향후 트럼프의 결정과 중동 정세는 국제 원유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