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를 더 내는 대신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내용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되고, 소득대체율은 43%로 상향된다. 아울러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법에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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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사진=연합뉴스)
이번 개정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이른바 모수개혁에 해당한다. 2007년 이후 18년 만이자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이후 세 번째 연금개혁이다. 보험료율은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인상돼 2033년에 13%에 도달한다. 이는 1998년 이후 28년 만의 보험료 인상이다.
소득대체율은 올해 41.5%에서 내년부터 43%로 높아진다.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동안의 평균 소득 대비 연금으로 받는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그동안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이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상향 조정됐다.
가입 기간을 인정해주는 크레디트 제도도 확대된다. 군 복무에 대한 가입 기간 인정은 현행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늘어난다. 출산 크레디트는 첫째와 둘째 자녀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되며, 가입 기간 인정 상한도 폐지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는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50%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월급 309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월 보험료는 27만8천원에서 40만2천원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절반은 회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가입자가 실제로 추가로 내는 금액은 약 6만2천원이다. 이 가입자가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뒤 은퇴할 경우 첫 연금액은 약 133만원으로, 개혁 이전보다 약 9만원 증가한다. 평생 기준으로 보면 내는 돈은 약 5천만원, 받는 돈은 약 2천만원 늘어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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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상향조정 등 연금개혁 촉구하는 국회, 노동조합, 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진=연합뉴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기존 계획을 유지한다.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상향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국가가 연금 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문구가 명확히 담겼다. 이는 기금 고갈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국민연금 재정 전망도 일부 조정됐다. 2023년 재정추계에서는 기금이 2055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인구 추계를 반영해 2056년으로 조정됐다. 여기에 연금개혁이 시행되고 기금운용수익률 목표가 연 5.5%로 상향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71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다만 이번 개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를 비롯해 구조개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구와 경제 변화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수급 개시 연령 추가 조정과 세대별 보험료 차등제 도입 여부 역시 논의가 필요한 쟁점이다.
이번 국민연금 개정은 부담과 보장을 동시에 확대한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는 불안을 완화했지만, 장기적인 연금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구조개혁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논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