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테아 에너지(Thea Energy)가 차세대 핵융합 발전소 개념 ‘헬리오스(Helios)’를 공개하며 핵융합 상업화 경쟁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테아 에너지는 기존 대형 단일 구조 중심의 핵융합로 접근을 버리고, 픽셀 개념에서 영감을 받은 모듈형 설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연구 중심 기술을 실제 산업 인프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지=라임저널) 테아 에너지, 픽셀형 핵융합 발전소 ‘헬리오스’ 공개…상업화 설계 경쟁에 불 붙입니다
헬리오스의 핵심은 다수의 소형 자기장 제어 모듈이 결합된 구조다. 각 모듈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전체 시스템은 디지털 화면의 픽셀처럼 정밀하게 제어된다. 이 구조는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자기장을 보다 유연하게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일 장치 오류가 전체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줄이는 점도 특징이다. 기존 핵융합 실험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혀온 안정성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헬리오스는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 계열의 자기 구속 핵융합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계로 분류된다. 스텔러레이터는 연속 운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 제조와 유지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었다. 테아 에너지는 모듈화와 디지털 제어를 결합해 이 복잡성을 낮추고, 반복 생산이 가능한 산업 공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핵융합 기술을 실험실 수준에서 벗어나 상업 설비로 끌어내리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해석된다.
사업 모델 역시 명확하다. 테아 에너지는 단일 초대형 핵융합 발전소가 아닌, 단계적으로 확장 가능한 전력 생산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초기에는 비교적 소규모 전력 생산 설비로 출발해 기술 검증과 운영 경험을 축적한다. 이후 수요 증가와 기술 성숙도에 맞춰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도 실증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구조다. 에너지 인프라 투자 특유의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에너지 업계는 헬리오스가 성공할 경우 핵융합이 본격적인 기저 전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과 달리 출력 변동성이 거의 없고, 연료 공급 제약도 제한적이다. 이론적으로 탄소 배출이 없고 장기 폐기물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핵융합은 차세대 에너지 패권 기술로 분류된다. 테아 에너지의 접근은 핵융합을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실적인 산업 인프라로 끌어오려는 시도가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헬리오스 공개는 AI, 반도체, 배터리에 이어 에너지 분야에서도 설계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핵융합이 가능하냐의 문제를 넘어, 누가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먼저 상업 모델을 완성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테아 에너지는 이 경쟁에서 모듈화와 확장성을 앞세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자료: TechCrunch,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