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기술을 인수하며 국내 우주산업의 민간 주도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7월 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누리호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2032년까지 비독점 통상실시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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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강국 향한 누리호 3차 발사 (서울=연합뉴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2023.5.25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번 계약은 기술료 240억원에 체결됐으며, 누리호의 설계부터 제작, 발사운영까지 발사체 개발 전주기를 포괄하는 민간 이전이다. 항우연은 국가 연구개발(R&D) 자산인 누리호 기술의 가치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평가기관을 통해 평가했고, 한화에어로와 최종 협의해 가격을 확정했다. 기술 문서는 총 1만6천50건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다만, 발사대, 엔진 시험설비 등 일부 핵심 인프라와 각 협력업체의 고유 기술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식재산권은 항우연이 소유하며, 이번 계약은 타 기업도 통상실시권을 가질 수 있는 비독점 형태다.
한화는 누리호 3~6차 반복 발사 사업에서 체계종합기업으로 기술을 직접 검증해 왔으며, 이번 계약을 통해 민간이 발사체 제작과 운용을 주도하는 구조로 본격 전환하게 됐다. 계약 유효 기간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 완료 시점인 2032년까지다.
항우연은 “기술이 원활하게 이전될 수 있도록 한화와 공동 발사 준비 및 운영 교육, 세미나 등을 병행하겠다”고 밝혔고, 이상철 항우연 원장은 “국가가 쌓은 우주기술 자산이 민간으로 확장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화 측은 이번 기술이전을 통해 '우주수송 서비스-위성체-위성 서비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우주사업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글로벌 상업발사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는 “기술 경쟁력과 비용 효율을 극대화해 상업 발사서비스를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우주청은 앞으로도 항우연과 민간 간 긴밀한 협력을 뒷받침하며, 국내 우주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제도·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개발돼 2023년 3차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번 기술이전은 대한민국이 ‘공공 중심 우주개발’에서 ‘민간 주도 우주산업’으로 전환하는 첫 관문이자 뉴스페이스 시대의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