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명물 ‘영철버거’를 운영해온 이영철 씨가 별세하며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을 기억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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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명물 '영철버거' 이영철씨 빈소 [촬영 윤민혁 수습기자]

이영철 씨는 단순한 학교 앞 음식점 주인이 아니었다. 그는 학생들의 형편을 헤아리며 1천원 버거를 고집했고, ‘영철 장학금’을 통해 매년 장학금을 전달했다. 동아리 지원과 행사 후원도 꾸준히 이어갔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버지 같은 존재”로 불렸다.

고려대 졸업생 전탁현 씨는 고인이 매년 학생 참여형 농구대회를 열어주며 자연스럽게 교류했다고 회상했다. 대회는 ‘영철배 농구대회’로 불렸고, 경기 후에는 직접 고기를 구워 학생들을 대접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베푸는 일을 아까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졸업생 서준영 씨는 동아리 회식 장소로 영철버거를 자주 이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늘 친절히 맞아주고 고민을 들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건강 악화로 가게를 쉬는 날이 잦아 안타까웠는데 부고를 접해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동아리 학생들도 빈소를 찾았다. 고인은 동아리 지원금은 물론 전기자전거까지 내주며 학생들의 활동을 도왔다. 학생들은 이름을 기억하며 안부를 묻던 고인의 세심함을 떠올리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빈소 앞에는 재학생과 동문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줄을 이었다. 고려대 출신 강사는 “천국에서 편히 쉬소서”라는 문구를 남겼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와 온라인 부고장에는 수백 건의 추모 글이 올라왔다.

한 졸업생은 “학식도 먹기 힘들던 시절 1천원 영철버거로 배를 채웠다”며 “춥고 가난했던 대학 시절을 지켜줘 감사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조문객은 “베풀며 살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편지를 가게 앞에 남겼다.

이영철 씨는 무일푼으로 시작해 1천원짜리 버거를 고려대 상징으로 키워냈다. 2000년 고려대 앞 손수레에서 장사를 시작했고, 이후 전국에 수십 개 가맹점을 둘 만큼 사업을 확장했다. 그럼에도 학생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거부하며 적자를 감수했다.

고인은 매년 고려대에 약 2천만원을 기부해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2015년 경영난으로 가게가 문을 닫았을 때는 고려대생 2천500여 명이 온라인 모금으로 약 6천800만원을 모아 재개업을 도왔다. 이는 고인이 학생들에게 남긴 신뢰의 증거였다.

이영철 씨는 지난해부터 폐암 투병을 이어오다 5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이다.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