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자사 고객사에 투자를 집행하며 매출을 부풀린다는 ‘순환자금(circular financing)’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반박에 나섰다. 문제를 제기한 인물은 엔론 붕괴를 예견한 짐 채노스와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로, 두 사람의 경고가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미지=라임저널) 엔비디아 ‘순환자금’ 의혹 정면 반박…채노스·버리 “루슨트 닮았다” 경고
엔비디아는 이번 주말 월가 애널리스트들에게 7쪽 분량의 반박 문서를 보내 “엔비디아는 고객사에 대한 대출이나 자금 지원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벤더 파이낸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보고 체계는 완전하고 투명하며, 영업 자체가 건전하다”고 강조했다.
채노스와 버리는 논지를 굽히지 않는다. 두 사람은 엔비디아가 오픈AI(OPAI.PVT), 일론 머스크의 xAI(XAAI.PVT), 코어위브(CRWV), 네비우스(NBIS) 등 ‘손실 중인 AI 고객사’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채노스는 “손실 기업에 투자해 그 회사가 엔비디아 칩을 주문하게 만드는 구조가 루슨트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루슨트는 2000년대 초 고객사에 융자를 제공해 자사 장비 구매를 유도했고, 거품 붕괴와 함께 고객사들의 상환 불능으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해 “루슨트와 달리 고객사가 수년 뒤 상환하는 구조가 아니며, 평균 53일 내 대금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벤더 파이낸싱 계약을 통한 매출 확대와 전혀 다른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리는 더 강한 표현으로 회계 문제를 지적하며 “AI 시장 다수 기업이 고객 투자 구조를 기반으로 의심스러운 매출 인식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회계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구조적 위험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채노스는 “메타(META), xAI 등 일부 기업이 칩 구매를 위해 외부 부채나 비공개(off-balance sheet)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며 AI 시장 전반에 부채가 과도하게 누적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버리는 최근 뉴스레터에서 “AI 시장은 닷컴 버블처럼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이 겹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반대로 수요가 “기록적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회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칩 주문량이 “예상치를 크게 웃도른다”고 밝혔으며, 경쟁 심화 속에서도 “1세대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채노스는 이러한 조건이 오히려 향후 충격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그는 “2027~2028년 예상 수요가 실제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와 칩 발주가 취소될 수 있으며, 이는 시장이 충분히 논의하지 않는 큰 위험”이라고 말했다.
AI 산업 전반의 투자 과열 논란 속에서 엔비디아가 제기되는 의혹을 진화하려 하지만, 공매도 세력의 경고가 맞물리며 기술주 전반의 변동성 심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성장 기대가 유지될지, 아니면 과잉투자가 붕괴로 이어질지 시장의 긴장이 커지는 상황이다.
자료: Yahoo Finance, Barron’s,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