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영국 국빈 방문 마지막 날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푸틴과의 관계 때문에 쉽게 풀릴 줄 알았지만 "그가 나를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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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직접적 이해관계가 크지 않다고 하면서도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 나에게는 해결할 의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방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하며, 푸틴이 트럼프의 압박에만 반응한다며 더 강한 압박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러시아 석유와 가스 구매 중단을 촉구하며 "유가가 떨어지면 푸틴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도 "복잡하다"고 말했으며, 영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방침에는 "그 부분은 총리와 이견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되찾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그람은 중국 핵 개발 기지에서 불과 1시간 거리"라며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철군 과정의 혼란과 중국 영향력 확대를 비판해온 기존 입장을 강화한 발언이다.

엡스타인 스캔들과 관련해 피터 맨덜슨 주미 영국 대사 해임 문제가 불거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알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스타머 총리는 "몰랐던 정보가 최근 드러났고 내가 결정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보잉, 롤스로이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주요 기업 CEO가 참석한 행사에서 ‘기술 번영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는 300억달러(약 41조7천억원)를, 구글은 50억 파운드(약 9조4천억원)를 영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협정으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양방향으로 총 2천500억 파운드(약 470조8천억원)가 흐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의 관계는 깨뜨릴 수 없는 유대"라고 강조했고, 스타머 총리도 "서로 존중하고 좋아하는 지도자들"이라며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이 부과한 관세 덕분에 17조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수조 달러를 벌어들였다. 관세가 아니었다면 일부만 가능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무역·안보 정책 기조가 영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 러시아 압박, 중동 분쟁 개입,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영국과의 기술 동맹 확대는 글로벌 산업 지형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