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합작사 여천NCC가 부도 위기 속에서 공동 대주주 중 하나인 DL그룹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자금 지원의 길이 열렸으나, DL그룹과 한화그룹 간 경영 책임 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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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제1사업장 야경 [여천NCC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모회사인 ㈜DL은 DL케미칼 주식 82만3천여 주를 약 1천778억 원에 추가 취득해 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는 여천NCC 지원을 위한 조치지만, 최종 지원 여부와 규모는 한화그룹과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1999년 설립된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을 50%씩 보유한 합작사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실적이 악화돼 최근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총 3천100억 원의 자금 부족분 중 1천500억 원은 한화가 이미 대여했으나, DL은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추가 지원을 보류해 왔다.
유상증자 발표 후 양측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DL은 올해 3월 양측이 각각 1천억 원을 증자했음에도 불과 3개월 만에 추가 지원 요청이 있었다며 “원인 분석 없이 반복되는 증자는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무책임한 ‘묻지마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원료 에틸렌 가격 협상에서 최소 변동비 반영을 요구했으나, 한화가 자사에 유리한 가격만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는 DL이 25년간 여천NCC에서 2조2천억 원의 배당금을 챙기고도 1천500억 원 지원을 거부해 부도 위기를 키웠다고 반박했다. 한화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 측이 저가 공급을 통해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여 1천억 원의 법인세 추징을 받았다고 밝히며, 시가 반영 계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L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위험에도 불구하고 부당이익을 지키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천NCC 사태는 단순한 유동성 위기를 넘어 원가·시가 기준의 원료 공급 계약, 과거 거래 관행, 대주주 간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향후 자구책 협상 결과에 따라 회사의 경영 정상화 여부와 양 대주주의 관계가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