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경영난 심화로 전국 15개 점포를 폐점하고, 본사 전 직원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한다. 이는 지난 3월 4일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지 5개월 만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정부의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제외된 데 따른 매출 타격과 인수합병(M&A) 성사 지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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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홈플러스는 13일 “전사적인 긴급 생존경영 체제에 돌입한다”며 “임대료 조정 협상이 진전되지 않은 임대 점포 중 15곳을 순차적으로 폐점한다”고 발표했다. 폐점 대상은 서울 시흥점·가양점·일산점, 인천 계산점, 안산고잔점, 수원 원천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대전 문화점, 전주완산점, 대구 동촌점, 부산 장림점·감만점, 울산 북구점·남구점 등 전국 주요 상권에 걸쳐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전국 125개 대형마트를 운영 중이며, 회생 이전 결정된 8개 점포 폐점에 이번 발표까지 합하면 총 23개 점포가 문을 닫게 된다. 이에 따라 점포 수는 102개로 줄어들며, 이 중 11곳의 재입점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조건은 미정이다.
회사는 지난 3월 회생 개시 이후 임대료를 30~50% 인하해달라는 협상을 리츠·펀드 운용사 등 임대인들과 진행했으나 일부 점포에서는 합의에 실패했다. 사측에 따르면 회생 개시 후에도 현금 흐름은 개선되지 않았고, 신뢰 하락으로 일부 대형 납품업체가 정산 주기를 단축하거나 거래 한도를 줄이는 등 조건을 강화하면서 유동성 압박이 가중됐다. 여기에 정부의 민생지원금과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빠지면서 매출 감소 폭이 확대됐다.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인가 전 M&A를 통한 회생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최후의 생존경영에 돌입한다”고 강조했다.
본사 차원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된다. 홈플러스는 오는 9월 1일부터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자 무급휴직을 시행하며,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임원 급여 일부 반납 조치도 회생이 성공할 때까지 연장한다. 폐점 점포 직원들에 대해서는 고용을 유지하고, 근무지를 옮기는 직원들이 새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이번 위기가 단순한 유통업계 문제를 넘어 민생경제와 고용 안정에 직결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자구노력 없이 회사를 쥐어짜는 결정”이라며 “홈플러스의 핵심 가치는 전국 각지의 매장 네트워크인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곧 브랜드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MBK가 분할 매각 없이 통매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결정은 그 약속을 뒤집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의 대규모 점포 폐점과 무급휴직 조치는 대형마트 업계 전반의 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유통 채널의 급성장과 소비 패턴 변화, 정부 정책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의 향후 M&A 성사 여부와 정부의 지원 대책이 회생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