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차기 회담을 러시아에서 개최하자는 제안을 이미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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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정상회담에서 만났던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9일 회담 일정과 장소를 발표하며 “다음 회담은 러시아 영토에서 열리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초청장을 미국 대통령에게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은 베링 해협을 사이에 둔 이웃”이라며 알래스카 개최의 논리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미·러 정상 간 대면 회담으로, 3년 5개월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갈등의 평화적·장기적 해결책 논의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알래스카와 북극권에서의 상호이익 프로젝트 추진 가능성도 언급하며 경제 협력 의제를 시사했다.

회담 추진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지난 6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면담한 직후 급물살을 탔다. 미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영토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복잡하지만 일부는 돌려받고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며 영토 문제가 주요 논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미·러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기대했으나, 러시아의 거부로 무산된 상태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러시아의 영토 점유를 인정하는 어떤 형태의 합의에도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알래스카 회담이 휴전 돌파구가 될지, 또는 북극권 경제협력 논의의 신호탄이 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