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수십조원 규모의 협력 패키지를 담은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미국에 공식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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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장관, 미국 상무부 장관 면담 (서울=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7.25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비공식 면담에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패널과 함께 직접 설명하며 미국의 조선 산업 부활에 대한 한국의 구체적 투자 계획을 전달했다.
MASGA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패러디해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를 담았으며, 미국 내 조선소 설립, 기술이전, 금융지원 등 전방위 협력을 포함한 초대형 산업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은 총 1천억달러(약 140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와 함께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여하는 공적 금융 패키지를 포함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린필드 방식(현지 공장 건설) 투자로, 단순 보증 중심이었던 일본이나 유럽연합(EU)의 제안과는 질적으로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8월 1일을 데드라인으로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관세를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번 MASGA 프로젝트는 이 협상의 핵심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트닉 장관 역시 한국 측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서 조선 인력 양성, 기술 이전, 조선소 건설 및 운영 등 조선업 생태계를 총망라한 협력으로, 전통적으로 쇠락한 미국 조선업에 실질적인 재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총 5천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약속했지만, 실제 직접 투자액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이 보증 중심”이라며 “한국의 ‘1천억달러+α’ 제안이 실질적으로는 더 큰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강조해온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전략산업 복원이라는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98년 대선 직후 한국 대우조선해양을 직접 방문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MASGA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 투자국을 넘어 미국 전략산업과 기술동맹을 맺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EU와 일본의 접근은 추상적인 투자 약속에 그쳤지만, 한국은 조선이라는 구체적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 실행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 부흥 전략과 일치하는 이번 제안은 한미 무역 협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이 미국 내 조선업 부흥의 ‘유일한 현실적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시킨 MASGA 프로젝트가 미국의 관세 완화와 통상 우대 조치로 연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