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은 관세 없이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내 생산 설비 없이 제품만 수출하는 기업에는 100% 관세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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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상무부에 공식 신고한 후 건설이 실제로 확인되고 감독돼야 관세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미국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정책은 단순히 세금을 거두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기지 유치를 위한 유도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발표한 대로, 이로 인한 반도체 관련 투자 유치 규모는 총 1조 달러(약 1,35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행사에서 “모든 반도체와 집적회로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다만 미국 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러트닉 장관은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가 애리조나에 2천억 달러, 마이크론이 뉴욕과 아이다호에 각각 2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가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외에도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CNBC 인터뷰에서 “의약품에도 초기에는 낮은 관세를 부과하겠지만 1년 또는 1년 반 뒤에는 150%, 이후엔 25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새로 시행된 ‘상호 관세 정책’을 통해 매월 500억 달러의 추가 관세 수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관세 수입 300억 달러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미국의 이같은 관세 정책이 자국 내 제조업 부활을 노린 강력한 산업 유인책인 동시에, 세계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도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반도체·의약품에 대해 최혜국대우(MFN)를 약속받은 바 있으며, 이에 따라 관세 우대 조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