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국대 AI' 개발팀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인공지능 패권 경쟁에 뛰어든다. 5개 컨소시엄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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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과기부 장관 "세계 최고 AI모델 목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4일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팀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정예 개발 주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정은 서면 및 발표 평가를 통해 참여 15개 팀 중 5개로 압축해 이뤄졌다.
선정 기준은 독자적인 설계 및 사전학습 능력, 업계·학계 공개 가능한 수준의 오픈소스 정책, 국가 AI 생태계 기여도 등이다. 결과물의 50% 이상을 개방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5개 정예 팀은 각기 다른 전략과 목표로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한다.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은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이해·생성하는 단일 모델을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 국민 AI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제작·유통할 수 있는 ‘AI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업스테이지는 '솔라 WBL(월드 베스트 거대언어모델)' 개발을 내걸고 있다. 노타, 플리토, 뷰노, 로앤컴퍼니 등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력해 국내 생태계를 강화하고, 1천만 사용자 확보를 목표로 AI 서비스를 대중에 개방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트랜스포머 모델을 뛰어넘는 ‘포스트-트랜스포머’ 기반 AI 모델을 개발한다. 이 모델은 B2C, B2B 전반을 아우르는 'K-AI 서비스' 구현에 초점을 맞췄다.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서울대 등과 협업해 제조, 게임, 로봇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NC AI 컨소시엄은 무려 2천억 매개변수 규모의 200B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멀티모달 인지·생성 모델과 산업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함께 만든다. 이 팀은 정부 서비스 연계를 포함한 ‘도메인 옵스 플랫폼’을 구축해 실질적인 AI 전환을 추진한다.
LG AI연구원 컨소시엄은 ‘K-엑사원’이라는 이름의 글로벌 최고 성능 AI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LG유플러스, LG CNS, 슈퍼브AI, 퓨리오사AI, 한글과컴퓨터 등과 함께 산업 전반의 AI 전환(AX)을 가속화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이들 정예 팀에 GPU 등 컴퓨팅 자원을 1천576억원 규모로 지원하며, 국가기관 데이터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인재 유치 측면에서는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이 유일하게 해외 연구자 인건비 및 연구비 지원 대상이 됐다.
향후 12월 말 1차 성과평가를 통해 5개 팀 중 4개로 압축하고, 이후 6개월마다 한 팀씩 탈락시키는 단계적 경쟁 구조가 도입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AI 성능 평가를 위한 데이터셋과 '리더보드' 시스템도 시범 구축할 방침이다.
정부는 탈락 팀에 대해서도 특화 모델 개발 등 별도의 지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 AI 모델을 향한 담대한 도전이며, 소버린(자주적) AI 생태계의 출발점”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송상훈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국방·안보 활용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된 모델을 폭넓게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닌 국가 주권을 걸고 벌이는 ‘AI 독립 선언’으로도 평가된다. 기술, 인재, 데이터 모두를 정부가 직접 뒷받침하는 만큼 향후 결과에 따라 세계 AI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도 재편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