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코끼리가 등장해 우정을 나누는 듯한 영상이 한국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본 쇼츠로 기록됐다. 그러나 실제 촬영물이 아닌 AI 합성 영상이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AI 영상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콘텐츠 흐름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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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동물들' 채널의 쇼츠 영상 [유튜브 캡처]
플레이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올라온 ‘기묘한 동물들’ 채널의 1분 2초짜리 영상은 18일부터 24일까지 2천148만 회 조회수를 기록해 국내 최다 조회수를 올렸다. 영상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동물들이 협력하는 듯한 장면을 담았지만, 제작진은 “실제 동물 영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튜브는 지난해부터 AI 생성·합성 여부를 명시하지 않으면 삭제하거나 수익화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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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영어회화' 채널의 AI 영상 목록 [유튜브 캡처]
AI 쇼츠 열풍은 동물 콘텐츠뿐만 아니라 교육과 정치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10초 영어회화’ 채널은 할머니와 외국인이 대화하는 AI 쇼츠를 활용해 개설 한 달여 만에 7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다. 영상 53개의 누적 조회수는 1천600만 회를 넘었다. 간단한 학습 영상이지만 AI의 몰입감 덕분에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치권도 AI 트렌드에 주목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직접 AI 쇼츠를 제작해 공개했다. 그는 “어렵게 느껴지는 정치 이슈를 재미있게 풀어드리겠다”며 “AI 영상을 활용해 젊은 층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영상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여준다.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시청자들은 진짜냐 가짜냐보다 재미와 메시지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AI 콘텐츠가 창의성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정보 왜곡 가능성도 커진다”며 “유튜브의 규제와 시청자의 비판적 수용 태도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AI 쇼츠는 앞으로 교육, 엔터테인먼트, 정치 홍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시청자는 더 빠르고 직관적인 영상을 원하고, 크리에이터는 제작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허위 정보와 저작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