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화그룹이 국내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 증가율 1위를 기록하며 증시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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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화그룹 13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024년 12월 30일 기준 43조5천억원에서, 2025년 8월 1일 기준 120조7천억원으로 77조2천억원(17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30.6%, 10대 그룹 평균은 30.3%에 그쳤다. 한화그룹은 단독으로 코스피 전체 상승분의 12.9%를 견인하며 시총 규모 기준 국내 5대 그룹으로 올라섰다.

시총 증가의 중심에는 방산과 조선 계열사의 급등이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등 3사의 시총은 7월 말 기준 총 97조원에 달하며, 그룹 전체 시가총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연초 대비 245.1% 상승해 99만6천원에 도달했고, 영업이익 1조4천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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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대그룹 상장사 시가총액 상승률 [재판매 및 DB 금지]

한화오션의 경우, 조기 경영정상화와 한미 간 조선업 관세협상 수혜 기대감이 맞물려 주가가 연초 3만7천350원에서 11만2천300원으로 200.1% 급등했다. 이 회사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와 관련해 미국 내 유일한 국내 조선소 보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기반으로 현지 일자리 창출, 기술 이전 등을 실현하며 한미 관세협상의 주요 협상 카드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은 코스피 대형주 지형에도 변화를 줬다. 한화오션은 8월 1일 기준 시가총액 35조9천억원을 기록하며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13위에 올라섰다. 이는 2023년 6월 한화가 한화오션을 인수한 당시 시가총액(약 3조원) 대비 10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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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방산 조선 3사 시가총액 증가율 [재판매 및 DB 금지]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iM증권 변용진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상선과 군함 발주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보답받을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한화그룹의 상승세는 확인된다. 지난해 말 설정된 ‘PLUS 한화그룹주 ETF’의 순자산은 최근 1천800억원을 돌파했으며, 연초 대비 수익률은 151.57%로 국내 대기업 그룹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화그룹의 시가총액 상승은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방산·조선업의 전략적 중요성과 한미 간 경제협력의 방향성을 반영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