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권순관이 미니앨범 '여행자'로 돌아왔다. 빠른 비트와 짧은 콘텐츠가 지배하는 숏폼 시대, 그는 6분이 넘는 타이틀곡으로 오히려 속도를 늦췄다. 마치 ‘푹 끓인 국밥 같은 음악’을 내세운 이번 앨범은 대중의 즉각적 반응보다 깊은 울림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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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앨범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권순관 [엠피엠지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권순관은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뮤직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잠시 쉬어가듯 감상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음반이 “다른 일을 하며 들을 수 있고, 조용히 사색에 잠긴 채 편하게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은 202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여행 중 얻은 감정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슬럼프에 빠졌던 권순관은 지중해 해변에서 붉게 지는 노을을 보며 “음악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유일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는 그 시간 속에서 처음으로 '멈춤'을 받아들이며, 이를 곡으로 풀어내기로 결심했다.
타이틀곡 '여행자'는 6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의도적으로 유지했다. “일정이 늘어지는 것조차 여행의 일부이듯, 곡도 흘러가듯 들리길 원했다”며 그는 “기존에는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냈겠지만 이번엔 곡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수록곡들도 마찬가지다. 파리 에펠탑에서의 감정을 담은 '에펠타워(Eiffel Tower)', 인연을 되돌아보는 '시절인연' 등 모두가 영화처럼 머릿속 장면을 환기시키는 가사로 채워졌다. 그는 “음악을 그림처럼 표현하고 싶었다”며 “청자들이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감정선을 따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순관은 이러한 느린 호흡의 음악이 대중성과 거리가 있어도 여전히 가치 있다고 확신한다. “지금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지만, 깊은 문장을 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며 “음악 본연의 가치, 진심을 담은 가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08년 밴드 ‘노리플라이’로 데뷔한 그는 그간 솔로와 밴드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뮤지션과 협업하는 ‘신스 오브 어 모먼트(Scenes of a MOMENT)’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는 “편지를 쓰듯 담백하고 진솔한 가사를 쓰고 싶다”며 “앞으로도 내 진심이 담긴 음악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숏폼이 대세인 시대에 오히려 긴 곡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권순관. 그의 음악이 단지 유행을 따르기보다, 마음을 건드리는 ‘국밥 같은’ 깊은 울림으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