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의 장수 인기작 '윈드브레이커'가 트레이싱 의혹을 인정하며 12년 만에 연재를 중단했다. 작가 조용석은 일본 만화 장면을 베낀 사실을 인정하며 독자에게 사과했다. 네이버웹툰은 이번에도 공지 없이 조용히 연재 중단을 알리며 또다시 불투명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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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브레이커' 속 작가의 말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윈드브레이커'는 자전거를 소재로 2013년부터 약 12년간 연재된 네이버웹툰의 대표작 중 하나로,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며 글로벌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 만화의 장면과 유사한 그림이 포착되며 표절, 정확히는 트레이싱 논란에 휩싸였고, 작가 조용석은 결국 이를 인정하며 연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내용은 4부 177화 '진심의 잔해' 편 말미에 실렸으며, 그는 "명백한 저의 잘못"이라며 "긴 마감에 쫓긴 조급함 속에서 창작자로서의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안이 더 논란이 된 이유는 공지 방식이다. 과거에도 웹툰 '고백 취소도 되나?', '여자를 사귀고 싶다' 등이 표절 논란으로 중단될 당시에는 네이버웹툰 측이 별도의 공지사항을 통해 사용자에게 알렸으나, '윈드브레이커'는 그 어떤 서비스 공지 없이 단지 해당 화 말미에만 짧은 고백 형태로 실었다. 이로 인해 독자들은 거대 플랫폼이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네이버웹툰 측도 뒤늦게 트레이싱 정황이 확인됐다고 인정하며 연재 및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지만, 이 역시 조용한 내부 결정으로 끝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표절·트레이싱 논란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웹툰업계에서는 해마다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으며, 특히 작가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기엔 플랫폼 자체의 사전 검수와 검열 시스템 부재가 본질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웹툰은 2023년 표절 논란이 불거졌을 때, AI 기반 탐지 기술을 개발하고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번 사례에서 그 성과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창작자의 기본 윤리를 무너뜨리는 행위가 반복되고, 플랫폼은 이를 방조하거나 은폐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며, 결국 독자 신뢰만 무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작품의 중단을 넘어, 한국 웹툰 산업 전반의 신뢰 위기와 시스템적 허점을 다시금 부각시킨다. 네이버웹툰은 그 영향력만큼이나 책임 있는 운영과 빠른 정보 공개,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이번처럼 조용한 은폐식 사과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