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7월 31일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한국 대통령실의 설명 사이에 온도 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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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하는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하고, 자동차, 트럭, 농업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즉각 브리핑을 열고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한다”며 “실제 협상을 책임진 각료들 간의 대화에서는 농축산물에 대한 논의나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투자를 강조하며 언급한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은 “협상 과정에서 정리된 비망록 원문에 따르면, 해당 문장은 ‘리테인(retain)’으로 기재돼 있다”며, “이는 투자로 얻은 이익이 미국에 머물며 재투자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어 “수익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개념은 비정상적인 해석이며, 내부적으로도 재투자 개념으로 받아들인다”고 부연했다.

2천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의약품 등 분야의 투자펀드에 대해서도 “직접 투자보다 대출, 보증 형태의 금융지원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즉, 전액 직접투자라는 인식은 오해라는 설명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글에서 “한국이 1천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와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으나, 한국 측의 공식 브리핑에서는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에너지 수입은 우리 경제상 통상적인 수준이며, 별도로 새로운 구매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및 의약품 관세 관련 설명은 양국 모두 일치하는 입장을 보였다. 김 실장은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및 의약품 관세에 대해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기로 했다”며 “최혜국 대우가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역시 X(구 트위터)에 “한국은 반도체와 의약품 부문에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일부 내용에 대해 양측 정상과 실무진 간의 해석 차이가 드러났지만, 핵심 의제였던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분명한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측은 정치적 수사와 경제적 성과 부각을 위해 표현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15%로 낮아졌고, 한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에너지 구매, 투자수익 배분, 농산물 시장 개방 등에서 해석 차가 지속될 경우 향후 정치적 파장을 이어갈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