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계 미국 영주권자 김태흥(40) 씨가 미국 입국 도중 공항에서 붙잡혀 8일째 구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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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민당국에 구금된 김태흥씨(맨 오른쪽)가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해 찍은 사진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는 지난 21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 중 '2차 심사' 명목으로 미 이민당국에 체포됐다. 이후 별다른 설명 없이 현재까지 당국 구금시설에 억류돼 있다. 김씨는 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귀국 길에 봉변을 당했다.

김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뒤 35년 넘게 미국에 거주해왔다. 그는 현재 텍사스 A&M대학교에서 라임병 백신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2주간의 일정으로 가족들과 함께였으며, 귀국은 홀로 진행됐다.

김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이민당국은 체포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며 변호인 접견조차 거부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11년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로 기소됐으나 당시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이를 모두 이행했다. 그러나 이번 구금이 그 기록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성명에서 "영주권자가 마약 관련 유죄 판결을 받으면 출두 명령이 내려질 수 있으며, 구금 조치는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협력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김씨는 시민권자가 아닌 탓에 이민법의 보호를 온전히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씨 부모는 시민권자이지만, 김씨는 미성년 자동 귀화 요건을 넘긴 상태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김씨 어머니는 "아이들이 사실상 미국이 고향인데, 단지 시민권자가 아니고 과거에 실수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는 이번 구금 조치가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CBP의 72시간 이내 구금 규정을 무시한 장기 구금은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씨가 만성 천식을 앓고 있음에도 현재 약을 제대로 지급받고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변호인은 "김씨는 미국에 35년을 거주해온 사람이며, 라임병 백신이라는 공익적 연구에 종사하는 과학자다. 그런데도 정부는 변호인 접견을 불허하며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교협은 김씨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권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법적 지원에 나섰으며, 연방 의원들을 상대로 김씨의 사례를 공론화하고 있다. 이들은 김씨의 추방 위기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 단속이 강화되면서 합법 체류자까지 단속 대상이 확대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미국의 이민자 단속은 유효한 체류 비자나 영주권을 가진 이민자들까지 휩쓸고 있다"고 지적했다.